국내 도입 가텍스주, 1일 1회 피하주사…만 1세 이상 환자 사용 허가
부로레나타이드, 장기지속형 GLP-1 제제로 월 2회 투약 가능성 확인
한미약품 LAPSGLP-2 Analog, 월 1회 투여 가능하도록 개발 중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편의성을 무기로 한 단장증후군 치료 후보물질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외 제약업계는 기존 치료제 대비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장기지속형 치료제의 연구 결과를 주요 학술대회에서 공개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치료옵션에 학계의 관심이 모인다.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 규모 성장 예상

단장증후군은 소장이 짧아 영양소의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선천적 또는 생후 수술적 절제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흡수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킨다. 

전 세계적으로 단장증후군 발생률 증가가 예상되면서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9월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단장증후군 시장 규모는 2020년 8억 6406만 달러에서 2021년 10억 2686만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CAGR)이 19.18%에 이르며, 2026년에는 24억 7611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텍스주, 2018년 국내 첫 허가…1일 1회 피하주사

▲가텍스주(성분명 테두글루타이드).
▲가텍스주(성분명 테두글루타이드).

현재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약물은 가텍스주(성분명 테두글루타이드)이다.

2012년 8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처음 승인된 후 리베스티브라는 제품명으로 발매됐으며, 같은 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텍스라는 제품명으로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2018년 8월 최초로 허가를 획득했다.

가텍스주는 GLP-2 유사체로 장내 분비세포의 GLP-2 수용체와 결합해 장내 흡수력을 증가시켜 체액과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인다. 

국내에서는 기존 비경구 영양요법(Total Parenteral Nutrition, TPN)에 의존하고 있는 만 1세 이상의 단장증후군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TPN은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통해 하루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TPN은 삽입기 및 삽입 부위 관련 감염으로 균혈증, 패혈증, 혈전증 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텍스주의 일일 권장량은 0.05mg/kg으로 1일 1회 환자의 허벅지, 팔, 복부 사분면 등에 피하주사한다. 이를 통해 대증요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환자 가정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부로레나타이드, 평균 반감기 300~750시간

현재 개발 중인 치료 후보물질들은 가텍스주의 경우 매일 투약해야 한다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미국 제약바이오회사인 9 미터스 바이오파마(9 Meters Biopharma)는 장기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부로레나타이드(vurolenatide)를 개발하고 있다.

부로레나타이드는 반감기가 연장되도록 설계된 생분해성 단백질 고분자에 연결된 새로운 GLP-1 유사체이다. 위장관 통과 시간을 늦추고 위 배출을 감소시키며 이를 통해 체액과 영양소가 흡수되는 총시간을 늘리고 총 대변 배출과 설사를 줄인다.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지난달 22~27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소화기학회 연례학술대회(ACG 2021)에서는 부로레나타이드의 약동학적 데이터가 공개됐다. 결과에 따르면, 부로레나타이드는 월 2회 이하로 투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텍스주와 비교하면 투여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약동학적 연구는 부로레나타이드 임상1b/2a상에 참여한 단장증후군 성인 환자 9명의 혈액샘플을 채취해 진행됐다. 전체 환자군에게는 부로레나타이드 50mg, 100mg, 150mg을 1일과 15일차에 피하주사했다. 그 결과, 부로레나타이드 투여 용량과 관계없이 평균 반감기는 300~750시간으로 나타났다. 

9 미터스 바이오파마의 Patrick Griffin 의료 총책임자는 "이번 결과는 부로레나타이드를 월 2회 고정용량으로 투여하거나 더 나은 용법을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부로레나타이드가 수술 후 표현형(phenotype)과 관계없이 모든 단장증후군 환자에게 편리한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개발사는 부로레나타이드 임상1b/2a상의 탑라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부로레나타이드는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평균 총 대변 배출은 첫 투약 후 48시간째 모든 환자에게서 등록 당시보다 42% 감소했고, 두 번째 투약 후 48시간 이내에 8명 중 7명 환자에게서 46% 줄었다. 전반적인 환자 삶의 질도 개선됐다.

이를 토대로 부로레나타이드 VIBRANT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이중맹검 다기관 위약 대조군 연구로, 단장증후군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부로레나타이드의 안전성, 유효성, 내약성 등을 조사한다.

미국 7개 지역에서 환자 22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들은 50mg 주 1회, 50mg 2주 1회, 100mg 2주 1회, 위약군 등에 배정되며, 1차 목표점으로 총 대변 배출을 평가한다. 올해 말 탑라인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LAPSGLP-2 Analog, 월 1회 투여로 소장 성장·흡수력 증가

국내 제약사인 한미약품도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단장증후군 치료 바이오신약 LAPSGLP-2 Analog의 연구 결과를 지난 9월 열린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 연례학술대회(ESPEN 2021)에서 발표했다.

LAPSGLP-2 Analog는 GLP-2 유사체에 약물지속형 플랫폼인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신약이다. 체내 지속성 및 융모세포 성장 촉진 효과를 통해 월 1회 투여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투여해야 하는 단장증후군 치료제 또는 현재 개발 중인 주 1회 지속형 치료제를 투약 중인 모델에 비해 LAPSGLP-2 Analog를 월 1회 투약한 군에서 소장 성장 및 흡수력이 증가했다. 또 기존 치료제를 매일 투여하다가 LAPSGLP-2 Analog로 전환해 월 1회 투여했을 때 좋은 효능이 나타났다.

한편 LAPSGLP-2 Analog는 2019년 FDA와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FDA로부터 소아희귀의약품과 패스트트랙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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