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서 '팩트시트 2021' 공개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
조절률, 60세 이전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가 이후 역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고령 고혈압 유병률과 조절률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20세 이상 전체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추월한 것이다.

게다가 고령 여성 고혈압 관리 수준이 저하되고 있고, 특히 조절률은 60세 이전에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지만 60세 이후에는 더 낮았다. 

▲연세의대 이호규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연세의대 이호규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1)에서 공개됐다.

올해 팩트시트에는 여성의 고혈압 유병 및 관리 현황 자료가 추가됐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는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9년)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2002~2019년)에서 20세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팩트시트를 발간했다. 

65세 이상 추정 유병자, 남성 196만명 vs 여성 299만명

고혈압 인구 현황을 보면 20세 이상 전체에서 추정 유병자는 남성 630만명, 여성 577만명으로 총 1207만명이다.

▲국내 고혈압 추정 유병자수 변화.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국내 고혈압 추정 유병자수 변화.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하지만 65세 이상의 추정 유병자는 남성 196만명, 여성 299만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고령에서는 여성 고혈압이 더 흔하게 확인되며 유병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구체적으로 20세 이상 고혈압 추정 유병자수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에서는 남성 고혈압 환자가 여성보다 많지만, 65세 이상으로 제한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큰 폭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연령별 고혈압 유병률도 60세 미만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60~69세에서는 남녀가 비슷했다. 하지만 70세 이상에서는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남성을 추월했다.

65세 이상 조절률, 남성 66% vs 여성 51%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70%, 치료율은 66%, 조절률은 48%였다. 고혈압 관리는 선진국 수준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번 팩트시트에서는 고혈압 관리지표를 성·연령별로 나눠 분석했다.

▲성·연령별 고혈압 조절률(유병자 중) 변화.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성·연령별 고혈압 조절률(유병자 중) 변화.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성·연령별 고혈압 인지율은 남녀 모두 2009년까지 빠르게 향상됐고 이후에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젊은 연령의 인지율은 낮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연령에서는 여성의 인지율이 높았지만 50세 이상에서는 남녀가 비슷하거나 여성이 낮은 경향이 관찰됐다.

고혈압 치료율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60세 미만에서는 여성의 치료율이 남성보다 높았지만 60세 이상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거나 여성이 소폭 낮았다.

고령에서 성별에 따른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은 고혈압 조절률이었다. 

65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조절률은 57%였고,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이 51%로 남성 66%보다 낮았다.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조절률은 남성 47%, 여성 49%인 것과 비교하면 고령 여성의 고혈압 관리 수준이 저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고혈압 유병자 중 조절률은 60세 미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그러나 60~69세에서는 남성 67.1%, 여성 53.2%였고 70세 이상에서는 각 62.9%와 51.1%로 남성이 확연하게 높았다. 

고혈압 치료자 중 조절률 역시 60세 미만에서는 여성이 높았으나 이후에는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간에 따른 여성의 고혈압 조절률은 최근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우려되는 점으로 지목됐다.

65세 이상 남녀 2제 이상 병용요법 비율 비슷

20세 이상에서 고혈압 의료이용자는 2002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19년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2년과 비교하면 전체 의료이용자는 3배, 치료자는 4배, 지속치료자는 10배가량 늘었다.

▲성·연령별 항고혈압제 처방 현황.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성·연령별 항고혈압제 처방 현황.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항고혈압제 처방 개수는 2제요법이 2011년 이후로 1제요법을 추월, 2019년 기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9년 항고혈압제 약제 처방은 1제요법 40.6%, 2제요법 43.4%, 3제요법 16.0%으로 조사됐다.

약제 계열별로 2012년 이후 안지오텐신차단제(ARB) 처방이 가장 많았다. 2019년 항고혈압제 계열별 처방은 △ARB 72.5% △칼슘통로차단제(CCB) 60.9% △이뇨제 24.7% △베타차단제 15.7% △칼슘보존이뇨제 1.8%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1.8% △기타 0.8% 순이었다.

성·연령별 항고혈압제 처방 현황을 보면, 약제 개수는 젊은 나이의 남성이 여성보다 2제 이상 병용요법을 많이 시행했다.

하지만 고령일수록 남녀 간 차이가 점차 줄어 65세 이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2제 이상 병용요법 비율이 비슷했다. 

그런데 고령에서 2제 이상 병용요법 비율이 남녀가 비슷했음에도 고혈압 조절률은 최근 여성에서 낮아지는 실정이다.

팩트시트 결과를 발표한 연세의대 이호규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최근 고령 여성 고혈압 환자에서 조절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병용요법을 진행하는 비율은 남성과 거의 비슷했다"며 "이는 고령 여성 환자가 불충분한 치료(undertreatment)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고혈압제 계열에 따른 성·연령별 처방 패턴은 남녀 무관하게 ACEI/ARB와 CCB가 1, 2위로 높은 처방률을 보였다. 

젊은 여성은 남성보다 ACEI/ARB와 CCB 처방 빈도가 낮았다. 가임기인 20~30대 여성 고혈압 환자의 ACEI/ARB 처방률은 약 60%로 조사됐다.

ACEI/ARB는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획임신이 아닌 경우를 고려해 항고혈압제 치료에 대한 환자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출산율 감소세나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분율은 오름세

올해 팩트시트에는 처음으로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에 대한 데이터도 담겼다. 

15~49세 여성의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의료이용을 보면, 2019년 임신 중 고혈압 전체 환자는 26.9%로 조사됐다. 만성 고혈압은 16.2%, 전자간/자간 및 임신 유발 고혈압은 9.1%, 미분류 고혈압은 1.6%를 차지했다.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의료이용.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의료이용.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1' 발췌.

만성 고혈압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비슷하게 유지됐다. 같은 기간 전자간/자간 및 임신 유발 고혈압은 약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출산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모 중 고혈압성 질환 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호규 교수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2015년 이후 줄었다"며 "출산한 산모 중 고혈압성 질환 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10년간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특히 임신 유발 고혈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전자간/자간은 2014년까지 감소세였으나 최근 5년 사이에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고령 고혈압 환자의 성별에 따른 조절률 차이가 확인되면서 고령 여성 환자의 조절률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규 교수는 "고령 여성의 고혈압 조절률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며 최근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경향이 일시적인지 또는 지속되는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조절률이 낮은 이유는 고령 여성에서 병용요법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이 필요하고 향후 폐경 후 여성에서 낮은 조절률과 연관됐는지도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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