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22]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 치료 필요성에 대한 논란 진행 중
CHAP, 140/90mmHg 미만 목표 치료 시 산모 예후 개선·태아 악영향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는 항고혈압제를 통한 적극적 혈압조절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규모 오픈라벨 무작위 CHAP 연구 결과, 항고혈압제로 혈압을 조절한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는 치료받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예후가 개선됐다. 또 치료가 태아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다. 

연구 결과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공개됐고 동시에 NEJM 4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미국 앨라배마대학 Alan T. Tita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CHAP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미국 앨라배마대학 Alan T. Tita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CHAP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항고혈압제, 태아 성장 저해 우려 있어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신 중 만성 고혈압을 △중증 160/110mmHg 이상 △경증 140~159/90~109mmHg로 정의한다.

중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 일치가 이뤄졌지만 경증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앨라배마대학 Alan T. Tita 교수는 "심혈관계 사건 및 사망 위험 감소 등 예후 개선을 위해 고혈압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임신기간에 중증이 아닌 만성 고혈압을 치료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며 "항고혈압제가 태아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중증이 아닌 만성 고혈압 임신부에서 항고혈압제의 치료 혜택과 안전성을 조사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CHAP 연구는 140/90mmHg 미만을 목표로 항고혈압제를 통해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 치료를 진행하면 태아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임신 관련 부정적 예후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지 조사했다.

임신주수가 23주 미만이며 단태아를 가진 160/105mmHg 미만의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 2408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이들은 140/90mmHg 미만을 목표로 임신 중 사용이 권고되는 항고혈압제 복용군(항고혈압제군, 1208명)과 160/105mmHg 이상의 중증 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치료받지 않은 군(대조군, 1200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항고혈압제군의 단일요법으로 베타차단제 라베타롤 또는 칼슘채널차단제 니페디핀이 연구에서 선호됐지만 메틸도파, 암로디핀 등 다른 약물도 허용됐다. 목표혈압에 도달하기 위한 단일요법은 두 번째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하기 전 최대 용량까지 적정했다.

무작위 배정 후 두 군 모두 혈압이 감소했으나 첫 20주 동안 항고혈압제군에서 더 크게 떨어졌고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됐다.

연구 기간 평균 수축기혈압은 항고혈압제군 129.5mmHg, 대조군 132.6mmHg였고 이완기혈압은 각 79.1mmHg, 81.5mmHg였다. 

자간전증·조산·태아 사망 등 발생률, 항고혈압제군 18%↓

▲미국 앨라배마대학 Alan T. Tita 교수. ACC 제공.
▲미국 앨라배마대학 Alan T. Tita 교수. ACC 제공.

1차 목표점은 중증 자간전증, 의학적으로 임신주수 35주 미만에 출산한 조산, 태반조기박리, 태아 또는 신생아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그 결과, 1차 목표점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 30.2%, 대조군 37.0%로 항고혈압제군의 위험이 18% 유의하게 낮았다(RR 0.82; 95% CI 0.74~0.92).

구체적으로 중증 자간전증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 23.3%, 대조군 29.1%, 조산 발생률은 각 12.2%, 16.7%로 두 군간 차이는 의미 있었다. 

태반조기박리, 태아 또는 신생아 사망 등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에서 낮은 경향만 관찰되고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출생체중이 임신주수에 비해 10백분위수(10th percentile) 미만인 부당경량아(small for gestational age, SGA) 출생으로 정의한 안전성 목표점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 11.2%, 대조군 10.4%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RR 1.04; 95% CI 0.82~1.31).

이어 중증 산모 합병증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 2.1%, 대조군 2.8%로 항고혈압제군의 위험이 25% 낮은 경향만 관찰됐다(RR 0.75; 95% CI 0.45~1.26). 자간전증 발생률은 각 24.4%, 31.1%로 항고혈압제군에서 21% 의미 있게 낮았다(RR 0.79; 95% CI 0.69~0.89).

중증 신생아 합병증 발생률은 항고혈압제군 2.0%, 대조군 2.6%로 항고혈압제군의 위험이 23% 낮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RR 0.77; 95% CI 0.45~1.30). 임신주수 37주 이전에 태아를 출산한 조산 발생률은 각 27.5%, 21.4%로 항고혈압제군의 위험이 13% 의미 있게 낮았다(RR 0.87; 95% CI 0.77~0.9).

Tita 교수는 "지금까지 태아 성장 저해에 대한 우려로 경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 치료를 망설여 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항고혈압제 치료가 산모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수십 년 동안 불확실성 끝에 마련된 이번 연구 결과는 중증 만성 고혈압 임신부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치료 혜택에 대한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CHAP 연구는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 연구소(NHLBI)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CHAP 연구 컨소시엄은 이들 여성을 최대 10년 추적관찰해 임신 중 고혈압 관리가 장기간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컨소시엄은 CHAP 연구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적관찰하는 연구를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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