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30일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 개최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갑상선 기능과 정신질환' 주제 발표
국내 연구 결과, 전절제술·부분절제술 후 주요 우울장애 위험 상승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갑상선 수술을 받은 환자는 주요 우울장애 위험이 높으므로 수술 후 정신질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갑상선전절제술 또는 갑상선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전·후 주요 우울장애 위험이 상승했다. 

특히 갑상선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수술 후 첫 30일 동안 가장 크게 증가했고 장기적으로 유지됐다.

전홍진 교수는 10월 28~30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SICEM 2021)에서 '갑상선 기능과 정신질환(Thyroid Function and Psychiatric Diseases)'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갑상선 문제는 기분, 불안, 인지장애 등을 유발한다"며 "이 때문에 정신질환 환자에게 갑상선기능검사는 정기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주요 우울장애도 내분비 문제와 연관됐다고 알려진다.

주요 우울장애로 이어지는 정신적·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보면, 유전적 취약성뿐 아니라 아동학대 등 조기유해경험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고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RH)의 대규모활성(hyeprdrive) 상태가 되며, 해마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이 같은 취약해진 표현형이 만성 CRH 대규모활성으로 이어져 주요 우울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근거로 전 교수는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주요 우울장애 발병률을 조사했다. 

수술 후 30일 우울장애 위험, 전절제술군 1.98배·부분절제술군 1.75배

심평원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2009~2016년 갑상선부분절제술 또는 갑상선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18만 7176명이었다. 수술 후 관찰기간에 주요 우울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는 1만 6744명(8.9%)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는 10월 28~30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SICEM 2021)에서 'Thyroid Function and Psychiatric Diseases'을 주제로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는 10월 28~30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SICEM 2021)에서 'Thyroid Function and Psychiatric Diseases'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주요 우울장애에 대한 위험 평가는 자신을 대조군으로 이용하는 자기-환자대조군(self-controlled case series) 연구 디자인으로 이뤄졌다. 

수술에 따라 갑상선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3837명(22.9%, 갑상선부분절제술군), 갑상선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1만 2907명(77.1%, 갑상선전절제술군)이었다. 등록 당시 평균 나이는 각 47.5세, 49.3세였다. 

갑상선 수술을 받은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 비율은 갑상선부분절제술군 85.8%, 갑상선전절제술군은 87.9%였다. 

분석 결과, 주요 우울장애 위험 증가는 갑상선절제술 1년 전부터 확인됐다. 이 기간 갑상선부분절제술군의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1.29배, 갑상선전절제술군 1.27배 유의하게 높았다.

수술 후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갑상선전절제술군이 갑상선부분절제술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전절제술군의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수술 후 첫 30일 동안 가장 크게 증가, 1.98배 위험이 상승했고 최대 450일 동안 유지됐다.

갑상선부분절제술군은 수술 후 첫 30일 동안 주요 우울장애 위험이 1.75배 증가했지만 360일 후에는 등록 당시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많은 환자가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절제술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암 환자에 대한 하위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암 환자는 갑상선절제술 전 1년 동안 주요 우울장애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갑상선부분절제술군은 1.24배, 갑상선전절제술군은 1.27배 위험이 상승한 것.

암이 없고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갑상선부분절제술군과 비교해 갑상선전절제술군에서 수술 후 시간이 지난 271~540일 기간에 1.73배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와 달리 갑상선부분절제술군의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수술 후 271~540일 동안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암 여부,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질환 등 교란요인을 보정한 경우 50세 이상 남성 환자에서만 갑상선전절제술 또는 갑상선부분절제술 등 수술에 따른 주요 우울장애 위험이 갑상선부분절제술과 비교해 1.40배 의미 있게 높았다.

전홍진 교수는 "교란요인을 보정한 결과,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50세 이상의 남성 환자군이 주요 우울장애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50세 미만 남성 또는 모든 연령의 여성 등에서는 갑상선절제술 유형과 주요 우울장애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주요 우울장애 위험은 갑상선절제술 직후에 증가해 1~2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정리된다. 이는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장기적 그리고 정기적인 정신과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홍진 교수는 "갑상선질환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울증에 더 취약해진다"며 "혈중 갑상선호르몬 농도 감소가 우울증의 유발요인(trigger)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결과에 대해 전홍진 교수는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보다 높고 호르몬 변화로 인해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성별에 따른 차이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것으로 생각되며, 향후 이에 중점을 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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