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혈증연대 구축해 전국적인 다기관 관찰연구 시작…전국 20곳 의료기관 참여
조사 앞서 진행한 후향적 연구 결과, 초기 1시간 수액 투여율 38.9%·승압제 투여율 35%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7일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좌부터) 학회 임채만 전임회장, 홍성진 회장, 박성훈 홍보이사.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7일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좌부터) 학회 임채만 전임회장, 홍성진 회장, 박성훈 홍보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홍성진)가 국내 패혈증 환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학회는 연구자 네트워크인 대한패혈증연대(Korean Sepsis Alliance, KSA)를 구축하고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다기관 관찰연구를 시작한다. 

질병관리본부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향적 연구에는 KSA 소속 전국 20곳 의료기관이 참여한다. 패혈증에 대한 국내 자료를 수집하며, 연구 결과는 향후 패혈증 입법 활동 및 정책 입안 등의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회는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예비연구(preliminary study)로 전국적인 후향적 관찰연구 진행, 그 결과를 17일 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이번 간담회는 9월 13일 '세계 패혈증의 날'을 맞아 열렸다.

후향적 연구 결과, 패혈증 쇼크 환자 2명 중 1명 중환자실 입원 못 해

후향적 관찰연구는 지난해 1월 한 달간 KSA에 참여하는 전국 19곳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모든 패혈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전체 응급실 방문 환자 6만 4000여 명 중 패혈증 환자는 1.5%(977명)를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결과는 패혈증 초기 1시간 치료지침 수행률이다. 초기 1시간 치료지침에서는 △젖산농도 측정 △혈액배양검사 △항생제 투여 △수액 투여 △승압제 투여 등을 진행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번 후향적 연구 결과, 수액 투여율은 38.9%, 승압제 투여율은 35%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확인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젖산농도 측정률은 80.5%, 혈액배양검사율은 91.8%, 항생제 투여율은 69.7%로 수액 또는 승압제 투여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와 함께 혈액배양검사를 제외한 치료지침 수행률은 패혈증보단 패혈증쇼크(sepsis shock) 환자에서 더 높았다.

학회 박성훈 홍보이사(한림대 성심병원)는 "패혈증 초기 1시간 치료지침 수행률은 비교적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수액 또는 승압제 투여율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며 "많은 의료진이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치료하면서 수액 또는 승압제 투여율이 낮은 것 같다. 결과가 나오기 전 환자가 패혈증 증상을 보인다면 수액, 승압제를 빨리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패혈증 쇼크 환자 중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이들은 48.7%로, 패혈증 쇼크 환자 2명 중 1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홍보이사는 "많은 패혈증 쇼크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지 못했다"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머무르면서, 패혈증 환자가 중환자실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학회 임채만 전임회장은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에 대한 연구사업 개요를 설명했다.
▲임채만 전 회장은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에 대한 연구사업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패혈증 관리 위해 질본-학회-KSA 연대 필요"

후향적 연구를 토대로 KSA는 전향적 연구인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를 진행한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패혈증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로 볼 수 있다. 장기간 진행된다면 국내 의료 현황을 비교·평가할 수 있을 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는 △국내 지역사회 및 의료관련감염 패혈증 환자의 역학적 특성 심층 분석(제1 세부사업) △국내 패혈증 감시체계 구축 및 패혈증 관리를 위한 정책 과제 도출(제2 세부사업)로 구성됐다. 

연구 기간은 지난 5월부터 내년 4월까지이며, 환자 등록은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전국적인 환자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해 '패혈증 데이터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학회는 이번 연구에 대한 기대 효과로 △실시간 자료 분석 가능한 e-CRF(증례기록지) 플랫폼 완성 △지역사회 패혈증에 대한 조기 인지 향상 △병원 발생 패혈증에 대한 조기 진단 증가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 향상 △패혈증 사망 감소 및 관련 의료비용 절감 △병원 감염과 패혈증의 역학적인 고리 파악 △패혈증 입법 활동 및 정책 입안 동력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연구 결과는 △응급실, 일반 병동에서 패혈증 감시체계 구성 △시급한 패혈증 임상연구 제안 △패혈증 민간·공공협력(PPM) 사업 필요성의 근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대한 정부의 이행 노력 입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이번 연구로 패혈증 PPM 사업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학회 임채만 전 회장(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관리가 잘 되는 결핵의 경우, 국내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초반에는 발생률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정체 상태였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결핵 관리에 개입하면서 다시 발생률이 낮아졌다. 결국 패혈증 관리를 위해서는 결핵처럼 PPM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대한중환자의학회, KSA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회는 패혈증에 대한 국민과 의료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학회 홍성진 회장(여의도성모병원)은 "패혈증은 치료 시간을 다투는 질환임에도 국민뿐 아니라 의료진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패혈증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패혈증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의료진 대상의 홍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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