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최근 5년 간 의료비 지출 1.5% 증가
노동생산성 정체, 소득증가, 고령화 등 원인으로 꼽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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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최근 5년 간 국내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의료산업의 생산성 정체, 소득과 의료수요의 동반 증가 등 경제학적 관점으로 이런 현상을 분석했다.

또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선 공급 측면에서 의료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혁신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14년 6.5%에서 2019년 8.0%로 5년간 1.5%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하기 이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미국은 같은기간 16.4%에서 17.0%로 0.6%, 일본은 10.8%에서 11.1%로 0.3%, 그리고 OECD 평균은 8.7%에서 8.8%로 0.1% 늘어났다.

 

'생산성 정체된 분야'에 속하는 의료, 제조업과 정반대

"가격탄력성 낮고 소득탄력성 높아 의료비 지속 증가"

보고서에서는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불균형 성장이론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 현상을 분석했다.

보몰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분야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고 정체돼 있는 분야로 구성된 이론 모형을 통해 의료비의 증가 현상을 설명했다.

우선 생산성이 증가하는 분야는 자본투입과 자동화를 통해 적은 노동으로도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제조업 등이 속한다.

반면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고 정체된 분야는 자동화가 어려운 분야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상당 부분 노동에 의존하는 분야로 의료와 같은 개인 서비스 업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임준 연구위원은 "의료산업은 의사 한 명이 한 번에 진찰할 수 있는 환자는 한 명"이라며 "인공지능 의사가 나오지 않는 한 노동생산성의 획기적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성이 정체된 분야가 모든 업종에서 비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해당 업종의 수요 측면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분석인데, 여기에는 '가격탄력성'과 '소득탄력성' 개념이 활용된다.

가격탄력성은 가격과 소비량의 관계이고, 소득탄력성은 국민소득 변화에 따른 소비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상품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가격이 올라갈수록 수요가 줄어든다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고급식당과 같은 일부 사치재 틈새시장으로 축소된다.

반면 가격탄력성이 낮고 소득탄력성이 높다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GDP 중 해당 분야에 투입되는 지출의 비중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의료와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이 해당된다.

임 연구위원은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공급 측면에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에 한계가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가격탄력성이 낮고 소득탄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량이 크게 변하지 않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이 의료에 적용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를 검증하기 위한 타 연구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50개 주의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보몰 효과는 미국의 의료비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소득의 증가, 고령화,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 도덕적 해이뿐 아니라 의료산업과 제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우리나라도 보몰 이론이 타당성을 가진다면 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임 연구위원은 "수요 측면의 도덕적 해이 완화 정책과 함께 의료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혁신정책을 공급 측면에서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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