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릭社 초소형 무선 심박조율기 2016년 국내 허가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연구팀, 각각 효과 결과 발표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 "이정표 가능성...기존기기 100% 대체 안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최근 국내 의료기관에서 세계 초소형 무선 심박조율기 '마이크라' 관한 임상 데이터가 쌓여 서맥성 부정맥 치료에 이정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라 TPS(Micra Transcatheter Pacing System). 사진 출처: 메드트로닉.
마이크라 TPS(Micra Transcatheter Pacing System). 사진 출처: 메드트로닉.

세브란스 부정맥센터팀(정보영, 김태훈 유희태 교수)은 2018년 국내 최초로 '마이크라 TPS(Micra Transcatheter Pacing System)' 초소형 무선 심박조율기 시술을 받은 환자를 2년 이상 추적관찰 결과, 좋은 임상 경과가 확인됐다고 지난 3월 5일 밝혔다. 

더불어 세브란스 부정맥센터팀은 지난 2월 22일 국내 두번째 및 세 번째 수술을 받은 환자 두 명에서 성공적으로 시술됐고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부정맥 연구팀(오세일·최의근·이소령 교수)도 지난 2월 26일 국내 고령 서맥성 부정맥 환자 두 명에 마이크라 시술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두 환자에게 모두 성공적으로 삽입됐고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이에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내과학교실)는 "기존 박동기 치료는 심장과 박동기 발전기(generator)와 연결되는 실리콘 코팅 전선의 구조로, 보통 가슴 한쪽에 연결된다"며 "무선 심박동기는 발전기를 연결할 필요가 없고, 전선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효과·안정성은 기존 심박동기와 유사하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박동기의 감염 등 문제도 적었다"며 "따라서 마이크라 등의 무선 심박동기(leadless pacemaker)는 기존 박동기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맥성 부정맥에 무선 심박조율기란?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박동·맥박이 정상 이하로 느려지는 부정맥을 말한다. 이는 동기능부전 또는 방실전도차단에 따라 생기며 주요 증상으로는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무력감 등이 있다.

서맥성 부정맥은 약제를 포함해 완치를 이루는 치료가 없기 때문에 서맥 관련 증상이 동반되면 심장조율기 삽입이 필요하다. 

심장 내 시술된 마이크라 그림. 사진 출처: 메드트로닉.
심장 내 시술된 마이크라 그림. 사진 출처: 메드트로닉.

마이크라는 우심실 폐이싱(pacing)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흉부 절개술(심장수술) 대신 최소 침습적 시술로 삽입 가능한 초소형 무선 심박조율기다. 기존 심박조율기의 1/10 사이즈로 "큰 비타민 알약" 사이즈로 설명되며 무게는 약 2g에 달한다.

의료진은 마이크라 기반 최소 침습적 접근을 통해 우심실의 심박률 반응 서맥 페이싱을 제공한다. 마이크라는 심장박동 모니터링·조정 기기와 이를 전달하는 카테터로 구성됐고 피하포켓 및 별도 경정맥접근용 전극이 필요하지 않아 삽입이 어려운 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흉터·감염 등 잠재적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평균 수명은 약 12년이다.

마이크라는 유럽인증(CE Mark)을 2015년에 획득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6년에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지난 2016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작년 메드트로닉은 방실차단(AV Block) 환자에게 심실과 심방 사이에 전기를 전달해 정상 심장 박동 유지를 돕는 '마이크라 AV'에 대한 FDA 승인을 새롭게 받았다. 마이크라 AV는 심방수축을 감지해 심실 수축을 통해 생리적 현상에 더 맞게 작동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외 임상 근거가 쌓이자 2월부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에서 시술을 시작해 국내 중요 병원에서는 마이크라 시술이 가능해진다. 

다만, 동일 환자에 마이크라 3개 이상을 연이어 시술하기 어려워 젊은 환자의 경우, 10년마다 박동기 교환을 해야 한다면 기존 마이크라를 제거 혹은 고전적 박동기로 변경해 삽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 마이크라 시술은 약 700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약 150만원에 달하는 기존 심박동기보다 고가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정 교수는 "마이크라는 아직 기존 박동기보다 고가이고 국내 보험 적용범위가 크지 않다"며 "이에 환자 본인부담이 크기 때문에 마이크라는 기존 박동기를 100%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박동기·제세동기 사용률은 인구 대비 낮은데, 낮은 사용률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과거에는 환자가 적극적으로 시술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았고, 가이드라인에 맞는 치료를 숙지한 전문의료인도 부족했다. 또한 고가 장비에 대한 보험 적용도 크지 않았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마이크라 등 신규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국내 도입 장벽이 많아 실제 임상현장 도입에 지연이 크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는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신기술 도입에도 동일한 문제다.

그는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말레이지아 등 여러 국가보다 우리나라 신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제약이 많은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미국 FDA 승인을 받는 장비가 곧바로 국내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의 신의료기술 도입 절차가 늦고, 제약이 많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을 통해 의료 수준을 향상하고 더불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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