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간행이사 김승업 교수
8년 만에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예정
선별검사해야 하는 환자 명확하게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대한간학회가 2013년 8월 이후 8년 만에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섰다. 오는 5월 간학회 학술대회 때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개정작업에 들어가 지난 2월 17일 온라인 공청회를 거치는 등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의 간사를 맡은 김승업 교수(세브란스병원 내과)를 만나 이번 개정 작업의 의미와 중요하게 변경되는 내용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대한간학회 김승업 간행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
대한간학회 김승업 간행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이유는? 

2013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이 2016년 유럽간학회와 2018년 미국간학회가 가이드라인을 변경했고,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발생률이 1000명 당 연간 45명, 유병률은 약 30%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비록 아직까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특화된 약물은 없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연구 결과가 최근에 폭발적으로 보고되어 이에 따른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진료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지난해 6월부터 조용균 개정위원장을 비롯한 20명의 교수진이 임상 근거를 정리하고, 토론하고, 피어리뷰를 하는 등 열정을 쏟아 부었다.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만큼 의견이 다양해 이를 조율하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 개정되는 가의드라인의 핵심은?

간섬유화가 진행되어 간경변,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알고리즘을 제시하고 최근 많은 발전이 있는 지방증, 간섬유화의 비침습적인 진단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또한,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치료의 최신 지침을 제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급여 항목으로 인정된, 비만대사수술(Bariatric surgery)의 변경된 지침과 간이식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하고, 소아청소년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과 관련된 추가 자료를 보강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3년에 없던 위험인자를 명시했다. 

그동안 임상근거가 쌓인 덕분이다. 따라서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상증후군, 갑상선저하증 등을 비알코올 지방간의 위험인자로 개정 가이드라인에 소개됐다. 비만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이고, 실제 체질량지수와 비례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복부비만, 공복혈당장애, 고중성지방혈증, 저고밀도콜레스테롤증, 고혈압 등으로 구성된 대사증후군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중요한 위험인자다. 또 최근 당뇨병 환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이 60~75%까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개원의들이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검사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줬다고 봐도 될까?

그렇다. 2013년 가이드라인에는 선별검사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지속적인 간효소수치의 상승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선별검사를 하라고 A1 권고등급을 제시했다.

또 대사증후군, 비만 등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발생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선별검사를 하도록 B1을 권고했다. 선별검사를 위해 복부초음파는 일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간학회 김승업 간행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
대한간학회 김승업 간행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

-지난 가이드라인에 없던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절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 이유는? 

2013년 가이드라인에도 스타틴과 오메가-3 등 비알코올 지방간질환과 동반된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매우 높아 위험인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절이 필요함을 조금 더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권고등급 A1을 줬다.

심혈관질환 연구인 GREACE 연구에서 정상의 3배 미만의 간효소수치 상승을 가진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스타틴 투여는 간효소수치 및 심혈관질환 발생을 감소시켰다. 간독성으로 스타틴 치료를 중단했던 환자는 1% 미만이어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 연구를 기반으로 한 근거도 있다. 국민건강정보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이용한 연구인데, 스타틴 투여가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발생을 낮추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발생 후 섬유화 진행도 낮춘다는 결과를 보였다. 

- 개원의들에게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도움이 될까?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이 개원의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존재를 의심해야 하고, 또 어떤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간섬유화가 진행이 된 고위험군을 골라내 적절한 치료로 연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위험군의 환자들은 개원가와 대학 병원 간 원활한 연계 시스템을 통해 조금 더 면밀한 경과 관찰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증가될 것이라 생각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들도 주치의와 잘 상의해 정확한 진단, 치료, 및 추적을 받아 간질환이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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