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HEART 연구: 1차 관상동맥 CT조영술은 '실보다 득'
ACC·AHA 지침 개정 지연...전문학회 SCCT는 확대 권고
연세의료원 장혁재 교수 "우리나라는 보편화…국내외 지침 변화 예상"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전산화단층(CT) 관련 미국 전문의료학회는 최근 '관상동맥 CT조영술(coronary CTA)' 사용 영역을 확대권장했다. 

미국 심혈관혈전산화단층학회(SCCT)는 지난해 11월 19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Cardiovascular Computer Tomography'에 게재된 합의문에서 관상동맥 CT조영술을 1차 검사로 권고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이전 불안정형 관상동맥질환(unstable CAD)에 제한됐던 CT조영술이 안정형 관상동맥질환(stable CAD)까지 확대된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CT조영술은 관상동맥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전형적·비전형적 안정형 흉통(stable chest pain) 증상을 보인 환자에 1차 검사로 권고됐다.

단 CT조영술은 40세 이하, 비심장 증상(non-cardiac symptoms) 등 초저위험 증상을 보인 환자에게는 권고되지 않고, 경증~중등도 증상 위험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비권고됐다.

CT조영술실. 사진 출처: 세브란스병원.
CT조영술실. 사진 출처: 세브란스병원.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아이칸의대(Mount Sinai Icahn School of Medicine) Jagat Narula·Y. Chandrashekhar·Harvey S. Hecht 공동의장이 이끈 SCCT 위원회는 "의료진은 임상현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는 임상근거가 부족해 적절한 의료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가 의견이 필요했다"고 지침 개정의 배경을 밝혔다.

SCCT 위원회는 "학회는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최근 임상근거 간의 격차가 발생한 것을 인식하고 해소하기 위해 최신 학술데이터를 종합 요약할 필요에 따라 전문가 컨센서스(의견일치) 문서를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관상동맥 CT조영술의 위험성 대비 효용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영상검사에 따른 의료비용과 조영제 주입을 해야 하는 단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근래 CT조영술을 1차 검사로 검토한 SCOT-HEART 연구에서 뚜렷한 예후 개선 효과가 관찰돼 1차 검사로 유효성이 입증되고 복수의 긍정적 연구 결과에 따라 1차 관상동맥 CT조영술에 힘이 실렸다. 

연세의료원 장혁재 교수(심장내과)는 "SCCT 가이드라인 개정은 이전부터 CT조영술을 심혈관질환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대다수 환자가 해당되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까지 확대 권고된 것"이라면서 "또한 지금까지 급성 흉통을 보인 응급실 환자에서 CT조영술을 1차 검사로 적용했지만, 이제는 활동 시 흉통을 호소하는 외래 환자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근거에 따라 1차 CT조영술에 힘 실려

관상동맥은 혈액을 심장에 공급하는 혈관이며 관상동맥질환은 콜레스테롤·플라크 축적(죽상경화증)에 따라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현상을 나타낸다. 

관상동맥질환에 의해 심장이 혈액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흉통(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의료계는 관상동맥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질환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정확한 평가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의료진은 협착 여부뿐만 아니라 협착의 위치·정도 및 협착을 일으키는 플라크 구성과 그의 생리적 효과를 평가해 비폐쇄성 플라크(non-obstructive plaques), 혈류제한질환(flow limiting disease), 혈관의 완전한 폐쇄(obstructive plaques) 등 관상동맥질환 형태를 진단해야 한다.

관상동맥질환 진단에는 심장부하검사(nuclear stress test), 운동부하검사(ETT), 단일광자단층촬영기(SPECT), 약물부하심장초음파(SE) 등 다양한 비침습적인 검사법들이 있지만, 최적의 비침습적 검사법에 대한 논쟁이 오랫동안 있었다.  

이 중 CT조영술은 지난 몇 년간 의료기기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임상근거를 통해 관상동맥질환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침습적 진단법으로 앞장서게 됐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런 발전을 반영해 기존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SCOT-HEART 연구에 따라 CT조영술은 심장질환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면서 관리요법(modulating therapy)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1차 검사로 주목을 받았다. 

스코틀랜드 연구팀이 진행하고 2018년 9월 국제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SCOT-HEART 연구에서는 CT조영술을 표준치료에 더하면 안정형 흉통을 보이는 환자의 관상동맥질환·비치명적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처럼 축적되는 근거에 따라 전 세게 주요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 CT조영술을 이전보다 사용 폭을 넓혔고,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16년 이를 1차 검사로 권고했다. 

SCCT→ACC·AHA→국내 가이드라인 변화 예상

연세의료원 장혁재 교수(심장내과)
연세의료원 장혁재 교수(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관상동맥 CT조영술이 임상근거에 따라 이미 의료현장에서 보편화되고 있으며, 보험급여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SCCT는 미국심장학회·협회(ACC·AHA)와 달리 CT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학회로 CT조영술 관련 근거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지침에 반영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 "반면 ACC·AHA는 전통적으로 사용된 심장부하검사를 한순간에 대체하는데 숨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HA·ACC 가이드라인 개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상동맥 CT조영술이 1차 검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해외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그 영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보험급여 문제가 있어 1차 검사로 활성화에도 지연이 예상된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관상동맥 CT 조영술은 이미 1차 검사로 의료현장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면서 "보험급여에 따른 의료비용 삭감 여부는 상황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있고, 공식적인 가이드라인 변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 그는 "의료현장에서는 지속해서 도출되고 있는 근거에 기반해 관상동맥 CT조영술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영역은 앞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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