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팀, CCTA 받은 성인 약 4만명 데이터 분석
2007~2013년 CCTA 받은 환자 중 무증상 비율 증가…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진단율 9.3% 불과
증상·프래밍험 위험지수에 따라 CCTA에서 확인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비율 높아져
박덕우 교수 "임상적으로 무증상군에게 무분별한 CCTA 지양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증상이 없는 성인은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oronary 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CCTA)을 받아도 얻을 수 있는 임상적 혜택이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상동맥질환을 진단받은 적 없고 CCTA를 받은 국내 환자 약 4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증상 성인(무증상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지만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진단율은 낮았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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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무분별하게 CCTA를 진행하기보다는 증상 여부와 임상적 위험도를 고려해 CCTA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HA 9월호에 실렸다(J Am Heart Assoc 2020;9(18):e016620). 

폐쇄성 CAD 진단에 활용되는 CCTA…무증상군도 혜택 있나? 

CCTA는 관상동맥질환을 확인하는 해부학적 검사로, 기능검사(functional testing)와 비교해 정확도가 높다. 임상에서는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비침습적인 검사로 CCTA를 활용하고 있으며 진행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CCTA의 유용성과 신뢰성을 토대로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유럽심장학회(ESC) 등 국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거나 비정형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CCTA를 1차검사 또는 Class 1으로 권고한다.

국내에서도 증상이 있어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CCTA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성 흉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관상동맥질환 저위험 또는 중등도 위험군으로 심전도검사, 심근표지자 검사가 진단적이지 않은 환자 △안정형 흉통 환자 중 운동부하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객관적인 소견이 있거나 결과 판독이 곤란한 경우 등에 해당된다면 CCTA를 진행하도록 주문한다.

이처럼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이 강하게 의심되면 CCTA를 진행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CCTA의 혜택이 무증상군에게도 나타나는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무증상군이 CCTA를 받으면 이득 없이 방사선에 노출되고 조영제 부작용만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007~2013년 무증상군 CCTA 진행 비율 '증가세'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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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는 임상에서 CCTA의 진행 패턴을 분석하면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유병률로 CCTA의 진단적 이득을 평가하고, 임상적 위험요인, 증상 유무, 심장도관술 결과, 장기간 예후 등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2007년 3월~2013년 12월 서울아산병원에 내원했고 관상동맥질환을 진단받은 적 없으며 이를 감별하고자 CCTA를 진행한 3만 9906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먼저 CCTA 진행 건수는 2007년 대비 2013년에 크게 증가했다. △2007년 1587건 △2008년 3710건 △2009년 5247건 △2010년 6084건 △2011년 8112건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한 후 △2012년 7750건 △2013년 7416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07년과 2013년의 차이는 컸다.

특히 CCTA를 받은 무증상군의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다. 전체 CCTA 진행 건수 중 무증상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42.6% △2008년 55.5% △2009년 54.8% △2010년 60.8% △2011년 58.2% △2012년 62.2% △2013년 60.5%로 오름세를 보인 것(P for trend<0.001).

박덕우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웰빙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무증상이더라도 본인의 심혈관 건강을 확인하고 싶은 수요가 반영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인의 심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는 건강검진 수요가 늘면서 무증상군의 CCTA 진행 건수가 증가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쇄성 CAD 진단율, 증상·CVD 위험도와 비례해 높아져

주목할 결과는 CCTA를 통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진단율이 환자의 증상과 프래밍험 위험지수로 평가한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비례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CCTA로 확인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15.3%(6108명)였다. 이 중 증상이 있는 환자는 23.7%였지만 무증상군은 9.3%에 불과했다. 무증상군의 63.9%가 건강검진에서 CCTA를 받아, 본인의 심혈관 상태를 알고 싶은 수요가 반영되면서 진단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프래밍험 위험지수에 따른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진단율은 △저위험군(10% 미만) 8.6% △중등도 위험군(10% 이상 20% 이하) 20.7% △고위험군(20% 초과) 43.4%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진단율이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CCTA를 진행하기 전 환자의 증상 여부와 임상적 위험도를 고려해 처방을 결정해야 한다는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그는 "CCTA 상에서 발견되는 심혈관질환 빈도는 환자의 증상과 프래밍험 위험지수에 비례했다"면서 "무분별하게 CCTA를 진행하기보다는 CCTA를 촬영하기 전 환자의 증상 여부와 임상적 위험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CCTA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CTA 후 치료 절차가 적절했는지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임상적 증상 여부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심장도관술은 증상이 있는 환자의 19.2%에서 진행됐고 이 중 치료가 적절했던 환자는 80.6%였다. 반면 무증상군 중 3.9%가 심장도관술을 받았고 치료가 적절했던 환자는 7.9%에 그쳤다.

아울러 추적관찰 5년(중앙값) 동안 사망 또는 심근경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1차 목표점 발생률은 증상이 있는 환자군 5.2%, 무증상 환자군 2.1%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P<0.001). 또 CCTA에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확인된 환자의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이들보다 1.34배 높았다(aHR 1.34; 95% CI 1.17~1.54).

"무증상군 CCTA 지양해야…이득 얻는 환자군 파악 연구 필요"

이번 연구는 CCTA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관상동맥질환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힘을 싣는다. 검사 전 진단 확률(pre-test probability)이 높은 환자를 찾아 CCTA를 진행해야만 검사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검사 전 심혈관질환 발견 가능성이 높은 군, 즉 증상이 있거나 임상적 위험도가 높은 군에서 CCTA를 통한 진단적 이득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어느 정도 임상적 위험도가 높은 경우 CCTA를 통해 질환을 확진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평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CCTA를 받은 성인 데이터만 분석해 선택 편향의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단일기관에서 4만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했기에 다른 환경에서도 이번 결과를 적용해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는 "단일기관에서 진행한 연구라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지만, 무증상군은 CCTA의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중요한 연구"라며 "추후 무증상군에 대한 CCTA 권고안을 제정할 때 충분히 참고할 만한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무증상군에게 무분별한 CCTA를 지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면서 "향후 CCTA를 통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환자군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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