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치료제 이바브라딘, 소규모 RCT 연구서 효과적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심부전 치료제 '이바브라딘'은  최근 소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기립성빈맥증후군(postur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 POTS) 증상을 완화했다. 

기립성빈맥증후군은 흔히 20~30대의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데, 심부전과 유사한 정도로 활동에 장애를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생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증, 외상, 수술 등 건강악화 요인에 따라 '기립심박수(standing heart rate)'가 최소 30bpm면서 어지러움, 심계항진(심장 떨림),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멍한 느낌(brain fog) 등 다양한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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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립성빈맥증후군에 효과적인 1차 치료제가 없고, 치료에는 비무작위 연구(non-randomized trial) 등 근거 수준이 낮은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시사한 약물들이 사용된다.

현 주요 가이드라인은 중간 정도의 근거 수준으로 미도드린, 플루드로코티손(fludrocortisone)을 권고하고, 베타차단제들도 흔히 사용된다. 

다만 이 3가지 약물 종류는 혈압상승, 체중증가, 우울감·피로 악화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어 환자가 불편함을 흔히 호소한다.

이에 의료계는 기립성빈맥증후군 치료옵션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요구했다.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이바브라딘은 기립성빈맥증후군에 의해 상승한 심박수를 줄이고 다른 중증 증상도 완화했다.

이바브라딘은 동방결절의 '심장박동 조절전류(funny channel)'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억제제다. 이바브라딘은 2010년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SHIFT 연구를 통해 베타차단제로 치료되지 않은 심부전에 효과를 입증했다. 

한국세르비에(Servier Korea)는 지난 2014년 이바브라딘이 국내 심부전 치료제 보험목록에 등장함을 밝혀 아브라딘은 ①특정 만성 안정형 협심증 환자와 ②만성 심부전 환자를 포함해 두 가지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번 연구는 이바브라딘을 기립성빈맥증후군에 검토하는 첫 이중 눈가림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지만, 26명밖에 포함하지 않은 소규모 연구라는 제한점이 있다. 

미국 UCSD(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Pam R. Taub 교수 연구팀은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들이 한 달간 1일 2회 이바브라딘 5mg 또는 위약을 복용하도록 두 치료군에 무작위 배정했다.

환자 6명은 1일 2회 이바브라딘 2.5mg 용량으로 시작했다. 약물 용량은 연구 기간 환자의 심박수 반응과 내약성에 조절됐다. 결국 이바브라딘군에 속한 환자 4명은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연구를 완료한 22명을 검토 결과, 환자의 평균 나이는 34세, 약 96%는 여성이며 86%는 백인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바브라딘은 위약보다 안정 시 기립심박수를 유의미하게 낮췄다(77.9bpm vs 94.2bpm, P<0.001). 이렇게 감소된 기립심박수는 신체활동(P=0.008)과 사회적 활동(P=0.021)의 개선과 모두 연관됐다. 이는 환자가 이바브라딘 외 다른 기립성빈맥증후군 약물을 복용하거나 비약물적 치료 조절 없이도 나타났다. 

이바브라딘군은 또한 위약보다 기립심박수 및 혈액순환을 높이는 '혈장 노르에피네프린(plasma norepinephrine)'의 감소세가 더 컸다(P=0.056). 분석 결과, 환자의 기본 혈장 노르에피네프린 수준이 높으면(>1000pg/mL) 혈장 노르에피네프린 감소 폭이 더 컸다. 

안전성 측면에서 서맥,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은 이바브라딘군에서 관찰되지 않아 UCSD 연구팀은 "이바브라딘은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의 심박수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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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거리대 Satish R. Raj 교수·Robert S. Sheldon 교수는 공동집필 논평에서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기립성 혈장 노르에피네프린 증가세의 감소가 이바브라딘 매개로 교감신경계의 하향조절(down-regulation)로 이뤄졌을 수 있다고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이는 우리가 아는 한 전례 없는 결과를 나타낸다"라며 "이바브라딘에 대한 전통적인 근거는 전적으로 동방결절(sinus node)에 직접 작용하는 점에 기반했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교감신경 유출을 둔화시키는 중추신경계 효과도 시사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치료제가 부족한 기립성빈맥증후군에 시기적으로 중요하지만, 환자군 특징에 따라 기립성빈맥증후군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한점도 있었다고 지적됐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이바브라딘이 베타차단제보다 우월한지 검토하지 않았는데, 이런 핵심 질문을 검토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두 교수가 피력했다. 

현재 캘거리대 연구팀은 베타차단제 '프로프라놀롤'에 이바브라딘이 우월한지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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