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교·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 길어지고 신체활동 줄어
서울성모병원 안문배 교수팀, 코로나19 전·후 BMI 변화 분석…대유행 후 유의하게 증가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소아청소년의 체중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학교가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소아청소년의 활동량이 줄고 식습관에도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비만 위험을 경고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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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소아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암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소아청소년의 체중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콕'으로 고칼로리 음식 섭취↑·신체활동↓

비만은 유전적, 행동적, 환경적 등 요인의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만이 행동적, 환경적 요인의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가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소아청소년은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몰타의 몰타대학 Sarah Cuschieri 교수가 전 세계 소아청소년의 비만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분석한 리뷰논문에 따르면(J Diabetes Metab Disord 지난해 11월 6일자 온라인판), 일부 국가는 도시를 완전 봉쇄하면서 극도로 가공되고 칼로리가 높으며 유통기한이 긴 식품 구입이 늘었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받는 소아청소년은 오랜 시간 집에 머물면서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행동적 문제가 감지됐다. 

국가적 봉쇄가 시행됐던 이탈리아에서 해당 기간에 비만한 소아청소년 41명의 생활방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 채소 섭취는 변화가 없었지만 감자칩, 육류, 가당음료 등 섭취는 유의하게 늘었다(Obesity (Silver Spring) 2020;28(8):1382~1385). 

또 휴교로 소아청소년은 조직적인 신체활동이 어려워지고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 체중 증가 위험이 높아졌다. 게다가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소아청소년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선 이탈리아 연구에서도 봉쇄 기간에 소아청소년의 신체활동은 매주 2.3시간 줄고 수면시간은 하루 0.65시간 늘었으며 영상 시청 시간은 매일 4.85시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 시청 시간과 체질량지수(BMI) 또는 체지방률의 연관성은 기존 연구에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영상 시청에 따른 스낵 섭취 증가와 이로 인한 체중 증가의 연관성도 보고된다.

아울러 휴교 자체도 소아청소년의 비만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마이크로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학교가 2020년 12월까지 휴교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을 예측한 결과, 소아청소년에서 비만 유병률은 약 2.4%p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J Sport Health Sci 2020;9(4):302~312).

코로나19 전 정상→후 과체중·비만 비율 '9.5%'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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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는 국내 연구를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문배 교수(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이 코로나19 대유행 전 1년 기간(2019년 3월 2일~2020년 3월 1일)과 이후 6개월 기간(2020년 3월 2일 후)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기간에 소아청소년의 체중 증가 위험이 감지됐다(J Korean Med Sci 2021;36(3):e21).

서울성모병원 성장클리닉에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진행 중인 4~14세 소아청소년 226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최종 결과, 평균 BMI 표준편차점수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후에 0.219 유의하게 증가했다(P<0.001). 

주목할 결과는 코로나19 전 정상체중이었던 소아청소년의 9.5%가 이후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재분류됐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과체중 또는 비만한 소아청소년 비율은 코로나19 전 23.9%에서 이후 31.4%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학교 휴교기간과 코로나19 전 정상체중은 코로나19 기간의 BMI 증가와 관련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상체중인 소아청소년은 과체중 또는 비만한 이들과 비교해 체중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 코로나19 기간에 체중 증가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정상체중인 소아청소년 역시 균형 잡힌 식습관과 신체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연구는 단일기관에서 진행돼 분석한 소아청소년 데이터가 적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진료가 필요한 중증 비만 환아가 내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 심각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문배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본원에 내원하는 소아청소년들의 체중이 전보다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를 확실히 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 지침이 또 다른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학교 휴교가 소아청소년의 BMI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코로나19 기간에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증가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 전과 다르지 않다. 섭취한 칼로리를 소모하지 못하면서 비만이 늘고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문제점이 더욱 부각된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코로나19 후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많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리뷰논문들이 주로 발표됐지만 실제 현황을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확산 막기 위한 지침만 마련…상황별 세부지침은 없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아청소년의 비만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하며 이들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중지를 모은다.

Cuschieri 교수는 논문을 통해 "조절되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장기적으로 건강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필수"라며 "소아청소년의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 의료 및 교육시스템을 적절하게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 부모가 현명하게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아청소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코로나19 전파 위험도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Play, active recreation and sport'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신체활동과 하면 안 될 활동 등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이 가장 중요해 우리나라는 확진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침이 제시됐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한 세부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 소아청소년의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이들의 실내활동을 늘리거나 외부에서 개인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비만을 조기 예방하기 위한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건강검진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검진 후 문제가 확인됐음에도 내원하지 않은 소아청소년들이 많다"면서 "질병의 조기 예방을 위해 검진이 중요하므로, 검진에서 문제가 확인된 소아청소년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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