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럽 문명사에서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은 감염병이었다. 팬데믹의 원조인 흑사병은 14세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결과적으로 중세 시대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흑사병'이라 불리는 코로나19(COVID-19)는 의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학술대회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학회는 물리적 만남을 자제한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를 시도했다. 초기에 연결 문제 등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치료제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로 인해 올해도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할지라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학술대회를 공동 진행하거나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국내 학회의 또 다른 기회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학회 개최 국제 학술대회가 진정한 국제 학술대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학회 개최 국제 학술대회는 이름만 국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여러 국가에서 많은 전문가가 참석했고 해가 지날수록 그 숫자가 늘고 있다고 알렸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동남아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 협약을 맺고 초청한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은 참석했지만 규모는 국내 학술대회와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에 걸맞은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학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고자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학회는 저명한 외국 연자을 초청하기 위한 많은 경비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 유럽 등과 견줄 수 있는 국내 개최 국제 학술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학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많은 국가의 등록을 이끌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홍보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학회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면서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前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박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전혀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달라지면서 학회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했다면 2021년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 올해 열리는 국내 학회 개최 국제 학술대회를 어떻게 진행하는지가 코로나19 종식 후 학회 위상을 결정할 것이다. 국내 학회 개최 국제 학술대회의 신(新)르네상스 문을 여는 열쇠는 학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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