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 연구팀, 15~50세 염증성 장질환 여성 중 임신 확인된 2058명 조사
경증 염증성 장질환 여성, 출생률·자연유산·제왕절개·임신 합병증 빈도 일반인과 차이 없어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소화기내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여성은 일반인처럼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소화기내과, 제1저자) 연구팀의 연구 결과, 경증 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출생률, 자연유산, 제왕절개, 임신 합병증 빈도는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에 걸쳐 질병 활성도를 조절해야 한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을 겪는 여성들이 난치병이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치료 약제가 태아에 미칠 부작용을 염려해 임신을 피하거나 임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한희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이보인(소화기내과), 성빈센트병원 배정민(피부과), 이강문(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07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와 임신 성공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15~50세의 가임기 여성 중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으로 5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해당 기간에 임신이 확인된 2058명의 환자를 전수 조사했다.

이어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도가 낮은 군과 높은 군으로 분류해 비교했다. 중증도가 낮은 군은 △6개월 미만의 스테로이드 처방 △1년 미만의 생물학적 제제 처방 △장 절제술을 받지 않는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25.7%로 비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32.3%에 비해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여성들이 난치성 질환과 치료 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군은 염증성 장질환이 없는 대조군과 비교해 △출생률(68.9% vs 69.9%) △자연유산(12.6% vs 11.9%) △제왕절개(39.5% vs 38.8%) 등 빈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사산, 자궁내 성장지연 등 임신 합병증 빈도 역시 중증도가 낮은 군이 7.4%로, 대조군(8.1%)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염증성 장질환이 있더라도 질병 중증도가 높지 않으면 일반인과 비슷한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높은 군은 대조군에 비해 △자연 유산율(14.9% vs 11.9%) △제왕절개(46.4% vs 38.8%) △자궁내 성장지연(3.4% vs 1.0%) 등 빈도가 높았다.

이한희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과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 결과를 환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임기 여성은 질병 자체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지양해야 하며, 오히려 임신 전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5월호에 실렸다(Aliment Pharmacol Ther 2020;51(9):86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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