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연구학회 심평원 자료 분석 결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1.7배·크론병 환자 2배 증가
질환 인지도는 여전히 낮아…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충 털어놓기 어려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데 비해 여전히 일반인의 질환 인지도는 낮은 것은 조사됐다. 

특히 일반인의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질환을 말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정서적 불안감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장연구학회(회장 김주성)는 5월 19일 세계 염증성장질환의 날(World IBD Day)을 맞아 일반인의 질환 인지도 제고와 동시에 환자들이 질환에 대해 보다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 염증성장질환의 현황 분석과 함께 '대한민국 염증성장질환 인식 및 환자들의 치료 환경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치료 환경 실태는 일반인 741명과 환자 4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환자, 10년 동안 증가세

염증성장질환은 장관 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염증성장질환은 과거 동양인에서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었으나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는 2010년 대비 2019년 10년 새 약 2배 증가했다. 질환별로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10년 2만 8162명에서 2019년 4만 6681명으로, 약 1.7배 증가를 보였다. 크론병은 같은 기간 환자 수 1만 2234명에서 2만 413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10년 새 염증성장질환 환자 수 및 환자 비용 부담의 변화.
▲10년 새 염증성장질환 환자 수 및 환자 비용 부담의 변화.

학회 김주성 회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염증성장질환은 국내에서 서구화된 식습관을 비롯해 다양한 이유로 10년 동안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관해와 재발이 반복되는 질환 특성상 염증성장질환의 환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질환으로 알려져 있던 염증성장질환이 국내에서도 더 이상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질환으로 인지돼야 할 이유"라고 전했다.

다만 염증성장질환의 치료 환경은 지속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지역(송파-강동) 코호트 결과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효과적 치료를 지속할 경우 장 절제 등의 수술까지 이어지는 위험 부담이 30년 전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서구 데이터와 비교해도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로, 올바른 치료만 지속한다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환자는 증가하는데…사회 인지도는 여전히 낮아

이와 함께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 741명을 대상으로 염증성장질환의 인식 정도에 대해 알아본 결과, 66%의 응답자가 질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중 26%는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응답했다.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일반인 인지도 조사 결과.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일반인 인지도 조사 결과.

염증성장질환에 대해 설명 후 이어진 조사에서 환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28%에서는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2%는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19%는 염증성장질환의 치료와 일상생활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의 현실과 고충이 잘 알려지지 않음이 드러났다. 

학회 변정식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이미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를 제외하고 누구나 잠재적인 환자가 될 수 있다"며 "꼭 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의 가족이나 친지, 친구와 직장 동료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염증성장질환은 조기 진단과 정기적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질환에 대해 올바르게 인지하여 치료환경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 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문제

염증성장질환은 생리 현상과 관계된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의 정서적 부담감이 크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35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16.7%가 정신사회학적 도움이 필요한 정도의 불안감을, 20.6%가 우울감을 호소했ㄹ다. 특히 중증질환자는 경증질환자에 비해 업무생산성 및 활동력 상실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2019년)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의 연간 요양급여비용총액은 5.4배, 보험자부담금은 5.5배 늘었다. 

염증성장질환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는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을 줄여 수술 가능성을 낮추는 데 좋은 효과를 보여, 수년간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06~2015년 건강보험청구데이터를 기반한 염증성장질환 의료비용 연구 결과에서도 생물학제제인 항TNF제제 사용이 전체 의료비용 대비 크론병은 68.8%, 궤양성 대장염은 48.8% 등 대부분을 차지해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됐다. 

환자 절반은 치료 위한 휴가 사용을 '고민한다'

이어 염증성장질환 환자 4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환자의 70%가 질환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치료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질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 정도만 인간관계에서 일상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8%에서는 가족 외에는 알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한 조사 결과.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한 조사 결과.

직장이나 학교에 투병 사실을 알리지 못해 치료를 하지 못한 환자도 12%에 달했다. 또 환자의 절반은 치료를 위해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응답했다. 

실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사회적 인식의 부족'이 가장 많았다. 이에 더해 주변에 질환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지나친 배려로 주요 업무에서 배제를 받는 등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주성 회장은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질환을 학교나 회사에 알리는 순간 단순히 평소에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질환에 걸린 사람으로 낙인돼 오히려 업무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질환은 정기적인 관리만 동반되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사회 전반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 스스로도 질환에 대한 사회적 질환 인지도를 변화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회는 2020년 염증성장질환의 날 캠페인인 '텔미, 힐미(Tell me, Heal me)'를 전개한다. 환자들이 보다 편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정한 캠페인 주제로, 환자들이 질환에 대해 보다 편히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학회는 캠페인을 통해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보다 현명하게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아가 일반인이 질환과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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