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스프링클러 의무화, 病·政 서로 눈치만 보는 중
복지부, 하반기 시행이지만 스프링클러 지원 위한 예산 한 푼 없어
중소병원계, 환자생명 위해 필요성 공감하지만 자비로는 어려워
요양병원계, 급성기 재정지원하면 상응하는 지원대책 요구할 것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급성기 중소병원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에 대해 정부와 중소병원계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예산이 없어 재정지원을 할 수 없는 정부와 환자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자비로 설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가 지원해 주기만을 기대하는 중소병원계의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소방청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 입법예고안은 면적 600㎡ 이상에 30병상 이상 입원실을 갖춘 병원은 스프링클러를, 600㎡ 미난 병원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입법예고안은 의무시행일로부터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입법예고안 당초 의무시행일은 6월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의무시행일이 하반기로 순연될 전망이다. 현재 소방청내 규제심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와 소방청은 올해 초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시행과 관련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3년 유예기간이 짧아 늘려달라는 것과 정부의 재정지원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와 소방청 역시 의료계의 요구 사항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 과장은 "현재 소방청내 규제심사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심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 사항인 소급적용 여부와 세부 건의사항들에 대한 조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 과장은 "당초 시행은 6월이었지만 심의가 늦어지면서 시행이 올해 하반기로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에 따른 국가 재정지원을 요구한 상태지만, 복지부 예산은 한 푼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중소병원 1066곳의 소방시설 소급적용 비용 1148억원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기재부는 요양병원 사례를 들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삭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신규 설치 비용 예산안 역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모두 삭감돼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은 한 푼 없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시행에 맞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병원계는 재정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 과장은 "올해 예산은 없지만, 내년도 예산은 꼭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복지부의 급성기 중소병원 재정지원 노력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

요양병원계다.

요양병원계는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인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했고,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지난해 6월까지 모든 요양병원들이 설치를 마무리 했다.

요양병원들은 국가 재정지원 없이 순수 자비로 설치한 것.

이에 요양병원협회 이필순 회장은 정부가 급성기 중소병원에만 설치 관련 재정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가 급성기 중소병원에 재정을 지원한다면, 요양병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필순 회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는 환자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요양병원들도 초기에는 설치 의무화에 따른 자비 설치에 반발했지만, 화재 초치 진압의 중요성을 감안해 모두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하지만, 정부가 급성기 중소병원만 재정지원한다면 요양병원에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요양병원은 정부의 정책에서 항상 소외되고 있다. 찬밥신세이며,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정부의 편향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급성기 중소병원들이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요양병원들도 힘들었지만 환자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중소병원계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환자생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돈 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중소병원계의 솔직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정영호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환자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맞다"면서도 "시설투자와 시설을 갖추는 기간동안의 진료비 손실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올해 예산이 없다면, 유예기간 동안에라도 지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중소병원 중 여유가 있는 병원들은 자비로 설치하더라도 여유가 없는 중소병원들은 꼭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병원들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경우 드는 비용은 100병상급은 10억원 가량 투입돼야 하고, 간이스프링클러는 5억원 가량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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