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한창수·한규만 교수팀, 한국복지패널조사 빅데이터 분석
남성은 여성보다 우울증 발생에 영향받지 않아

(좌부터) 고려의대 한창수, 한규만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좌부터) 고려의대 한창수, 한규만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가정에서 부부간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우울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의대 한창수, 한규만 교수(정신건강의학과)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부간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경험하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증상 발생 가능성이 약 2배 더 높았다. 다만 남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성별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한국복지패널조사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성인 기혼남녀 9217명을 대상으로 부부간 폭력이 우울증상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전체 기혼남녀 중 전년도에 우울증상이 없다가 조사 시점에 우울증상이 나타난 1003명을 분류해 조사한 결과,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일방적으로 당한 여성은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상 발생 위험이 1.96배 높았다. 

또 양방향성 언어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언어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증상 발생 위험이 1.4배 높았다. 

반면 남성은 언어폭력이나 피해 및 가해 경험이 우울증상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혼남녀에서 △60세 이상의 고령 △저학력층 △낮은 소득 수준 △경제활동 여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 △가족 구성원 간 관계에서의 불만족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역경을 경험한 경우에 우울증상 발생 위험이 상승했다.

특히 여성은 가족 구성원 간 대인관계 만족도가 낮을 때 언어적 폭력 경험을 경험할 확률이 늘었고, 이것이 다시 우울증상 발생을 높일 수 있었다.

한규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언어적,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상 발생 위험에서 더 높은 취약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언어적 폭력의 경우, 배우자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폭언의 가해자가 되는 경험 역시 정신 건강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수 교수는 "기혼 여성에서 가족 구성원 간 대인관계의 불만족이 언어적 폭력의 위험을 증가시켜, 다시 우울증상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가까운 가족일수록 더 큰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지난해 11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J Affect Disord 2018 Nov 5;245:3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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