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미국 이어 한·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국내 3대 만성질환 팩트시트 공개

2018년 학계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한 해였다. 순환기계에서는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 내분비계에서는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 소화기학계에서는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이 공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술년을 뜨겁게 달궜던 학계 이슈를 짚어봤다.① [순환기] 심장학계, 가이드라인·팩트시트 '홍수'에 헤엄치다② [내분비] 당뇨병 새 가이드라인·새로운 근거로 분주했던 한 해③ [소화기] 소화기학계, 새 치료제 출현·신기술 등장 기대④ [호흡기] 호흡기학계, COPD를 잡아라!⑤ [신경·정신건강] 신경과, 치료 패러다임 大전환…정신과, 사회 문제에 '응답'⑥ [종양] 폐암은 병용요법, 유방암은 치료기간 단축 등 진일보⑦ [비뇨 등 기타] 의학회 인증 첫 전립선암 지침·진단은 액체생검이 화두[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올 한해 순환기계는 가이드라인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미국 심장학계에 이어 국내,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개정됐고, 국내 및 미국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개정판도 발표됐다.이와 함께 국내 3대 만성질환 팩트시트가 모두 업데이트돼 우리나라 만성질환 관리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볼 수 있었다.고혈압 가이드라인 '춘추전국시대' 활짝올 한해 심장학계는 고혈압 가이드라인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지난해 미국 심장학계에 이어 우리나라, 유럽이 새롭게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덕분이다.특히 대한고혈압학회는 그동안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했던 것과 달리 유럽보다 먼저 진료지침을 공개해,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미국발 고혈압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논란이 됐던 고혈압 진단기준에 대해 우리나라와 유럽은 미국과 다른 길을 택했다. 미국은 고혈압 진단기준을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우리나라와 유럽은 진단기준에 변화를 주기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존과 동일한 진단기준을 제시했다.목표혈압은 세 국가 모두 '강화'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다만 미국은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일반화했다면 우리나라와 유럽은 환자군의 특징에 따라 목표혈압을 세분화해 권고했다.이와 함께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주의혈압'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 진료지침에서 고혈압 전단계를 1기와 2기로 나눴지만, 새로운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전단계와 주의혈압으로 분류했다. 정상혈압보다 혈압이 조금 높더라도 가급적 혈압을 정상범위로 유지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 한국, 미국,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 비교.

유럽은 고혈압 가이드라인 최초로 '혈압 조절 하한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항고혈압제 과다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한 결정으로 혈압 조절 하한치를 '120/70mmHg'로 제시하면서 약물을 서서히 단계적으로 감량하는 'step down therapy'를 고려하도록 했다.

韓·美 "LDL-콜레스테롤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고혈압에 이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 개정이 이뤄졌다. 미국은 2013년 이후 5년 만에, 우리나라는 2015년에 이어 3년 만에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지난 11월 발표했다. 

한·미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을수록 LDL-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생활습관 교정을 토대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이에 두 국가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은 2013년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치료전략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LDL-콜레스테롤 기준(threshold)을 재등장시켰다는 사실이다.

이는 치료가 필요한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제시해야 임상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잘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환자 순응도 역시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스타틴 병용 짝꿍으로 PCSK9 억제제가 두 가이드라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쌓이면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등장했다. 다만 3년 이상의 안전성이 불확실하며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3대 만성질환, 환자는 '늘고' 인지율·치료율은 '낮고'

국내 3대 만성질환 팩트시트(fact sheet)도 올해 모두 업데이트됐다. 세 가지 팩트시트를 종합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중 한 가지 이상을 치료 중이었다. 

대한고혈압학회,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공개한 팩트시트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유병 및 관리 실태를 분석한 것으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을 일깨우고자 제작됐다. 

질환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5~2016년 1100만명을 넘어섰지만 꾸준히 치료받는 환자는 64%에 그쳤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이상지질혈증 환자이며,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을 주로 동반했다. 문제는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치료율이었다.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를 진행한 환자는 2002년 대비 2016년 47.7배 늘어 긍정적인 것으로 보였으나,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2002년 약 152만명에서 2016년 약 1070만명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3명 중 1명만이 꾸준히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기준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14.4%로, 지난 2014년 팩트시트에서 발표한 13.7%보다 0.7%p 증가했다. 

유병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인지율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뇨병 인지율은 2014년 팩트시트 기준 70.7%였으나 2018년 팩트시트에서는 62.6%로 8%p가량 감소했다. 

팩트시트를 통해 만성질환 진단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인지율뿐 아니라 지속적인 치료율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향후 3대 만성질환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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