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2019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호산구 수치 높으면 LABA+ICS, LABA+LAMA+ICS 추가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서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적용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혈중 호산구 수치가 새로운 기준으로 추가된 것이다.

세계COPD기구(GOLD)는 최근 발표한 2019년판 COPD 가이드라인에서 이 같이 권고했다.
이번 GOLD 가이드라인은 기존판의 세부 업데이트(minor revision)다.

주목할 점은 혈중 호산구 측정을 ICS 치료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 밖에도 COPD의 정의, 진단, 치료, 악화 관리 등을 세세하게 다듬었다.

혈중 호산구 수치로 ICS 치료 결정

혈중 호산구 측정 권고는 궁극적으로 ICS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으로 전문가 합의가 모였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혈중 호산구 수치가 100cell/㎕ 미만이면 ICS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와 호산구 수치가 300cells/㎕ 초과할 경우 ICS 치료 혜택을 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를 근거로 ICS 적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새로 추가된 악화 추적관찰 치료 알고리듬에서도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 또는 지속성 항무스칼린제제(LAMA) 단독 요법으로 치료하되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cells/㎕를 넘거나 100cells/㎕ 이상이면서 악화 2회, 입원 1회 경험이 있는 중증 악화를 동반한 환자에게 LABA+ICS 또는 LABA+LAMA+ICS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권고 사항은 ICS가 폐렴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COPD 악화 시 치료 혜택이 입증된 것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기관지 확장제를 투여 중인 환자의 ICS 치료를 결정할 바이오마커로 호산구 수치를 명시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흡연 경력, 민족, 지역에 따라 ICS와 호산구 수치의 연관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반면 새 가이드라인의 진료 현장 반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존재한다. 혈중 호산구 수치가 기생충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따라 높아지기 때문이다.

GOLD 가이드라인 위원으로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오연목 교수는 "기생충 감염,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쉽사리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도 강아지, 고양이 등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통한 기생충 감염 비율도 같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기생충 감염에 따른 호산구 수치 변화 양상을 반영한 국내 역학데이터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 LABA+LAMA+ICS 3제 요법 추가

약물 치료에서는 LABA+LAMA+ICS 3제 요법을 추가했다.
치료제로는 플루티카손(fluticasone)+유메클리디늄(umeclidinium)+빌란테롤(vilanterol), 베클로메타손(beclometasone)+포르모테롤(formoterol)+글리코피로니움(glycopyrronium)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3제 요법이 LABA+LAMA 병용 요법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도 새로 추가했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ICS+LABA 또는 LAMA 단독요법보다 우월하다고만 명시돼 있다. 
LAMA+LABA에서는 글리코피로레이트(glycopyrrolate)+포르모테롤(formoterol) 병용요법을 제외했다.

또한 COPD 악화 알고리듬에서도 LABA+LAMA+ICS 다음 단계로 항생제인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과 PDE-4 억제제 계열 항염증제인 로플루밀라스트(roflumilast)를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비약물치료에서는 폐 재활, 호흡 재활 등이 강조됐다. 호흡 재활의 주 내용은 유산소 운동이 핵심이다. 그 밖에 진해거담제(mucolytic agents)인 에르도스테인(erdosteine)이 새 치료 옵션으로 등장했다. 

오 교수는 "살메테롤과 포르모테롤은 1일 2회 투여해야 하며 효과도 상대적으로 약했다"라며 "최근 등장한 1일 1회 투여 약물의 임상적 효과가 높아짐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 자리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혼합제에서만 살메테롤과 포르모테롤이 살아남았고, 단독제에서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아지스로마이신은 보험 급여가 삭감될뿐더러 항생제 사용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로플루밀라스트는 소화기 부작용이 커서 3분의 1은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차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곤층일수록 COPD 위험 높아

정의에서는 COPD를 병인학(etiology), 병리생리학(pathobiology), 병리학(pathology) 특성별로 정리한 점은 지난 가이드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화석연료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COPD의 주요 위험 인자라는 근거를 강화했다. 또한 빈곤층일수록 COPD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도 추가로 명시했다.

진단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 기조는 유지하되, 일차 진료 현장에서 전자 기록 시스템의 위험 점수 평가를 통해 환자 사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 메일링을 통한 설문조사로 미진단된 COPD 환자를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해가 COPD 악화를 유발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4~5년간 데이터에 따르면 공해 자체가 COPD 악화뿐만 아니라 최초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후원하고 의학회가 주관하는 일차 의료용 COPD 지침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COPD 가이드라인이 내년 하반기에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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