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반대 측 "작은 틈이 건보체계라는 둑 무너뜨릴 것" ... 찬성 측 "지나친 비약과 기우"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국내 처음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 이에 따른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녹지국제병원을 영리병원으로 허용하는 것이 의료계 전체를 무너뜨릴 기폭제로 작용할 것인가와 자본의 우회 투자에 관한 우려다.
 
"작은 틈이 둑을 무너뜨릴 것"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녹지국제병원이 비록 작은 47병상이라는 틈이지만, 결국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커다란 둑을 무너뜨릴 것이란 확신이 있다. 그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영리병원 허용으로 당연지정제 예외 기관이 생기고, 이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하는지, 어떤 치료를 하는지 정부가 알기 어렵게 된다. 당연히 진료비가 상승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뱀파이어 효과'가 등장한다.

11일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어떤 현상이나 패턴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이 뱀파이어 효과인데, 영리병원이 만들어지면 주변 병원들도 영리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의료비가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개인병원은 소득세를 40% 내는데, 영리병원이 되면 법인세를 25%밖에 내지 않는다. 대부분 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개인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80%가 영리병원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즉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주변에 뱀파이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병원과 손잡는 민간보험회사 등장

시장에서 영리병원이 무르익으면 민간보험회사들의 등장한다. 이들이 병원과 손잡고 특정 보험이 있어야 특정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다. 민간보험회사의 시장이 포화상태라 의료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미국처럼 삼성생명에 가입해야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식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민간보험과 손잡게 되면 의료비 단가가 올라가고, 주변 지역의 의료비도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리는 단계다. 
의료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부자들은 건강보험체계에서 대부분 빠져나갈 것이란 예측이다.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되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붕괴할 것이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우 정책위원장은 "미국처럼 땅덩이가 큰 나라도 몇십년 만에 모든 지역이 영리병원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나라처럼 작은 곳은 순식간에 전환될 것이다. 따라서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물꼬를 트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회 투자는 없다" vs "여전히 의심스럽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의 또 다른 이슈는 내국인 우회 투자 의혹이다. 

녹지그룹이 병원을 설립하지만 정작 국내 모 성형외과 병원이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 녹지국제병원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시장에 돌고 있는 소문은 과거에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모 성형외과 원장이 투자가 아니라 위탁경영 방식으로 관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불가 판정을 내려 녹지그룹이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모 성형외과 원장이 빠진 후 모 의료재단이 다시 의욕을 보였다. 이곳 역시 투자가 아니라 컨설팅이나 위탁 경영으로 참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등이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기업 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제주도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이 건강보험체계를 흔들 것이란 우려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과장됐다. 지나친 비약으로 본질을 놓치고 있다"며 "반대하는 사람들 주장대로라면 건보체계를 무너뜨릴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과 같다"고 꼬집었다. 

많은 법인이 불법으로 병원을 사고팔고 있고, 대학병원이 간납 업체를 두고 이익을 가져가고 있는데도 공공성을 이유로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의료체계에 문제가 더 많은데 이를 보지 않고, 영리병원이 악의 근원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의료 산업화(고급화)를 얘기하면 시민단체 등은 보장성 강화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보장성 강화만 얘기하니까 대학병원 등은 지방에 분원을 내는 방식 등으로 양적 팽창을 하고 있다"며 "피부미용, 성형, VIP 건강검진 등의 선택 의료서비스는 고객의 선택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필수의료 서비스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건강보험제도를 흔들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면서 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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