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 제공 금지에 발사르탄 사태 규제 강화까지..."영업사원 경쟁력 갖춰야"

 

잇따른 규제 강화에 옛날만 못하다는 제약영업. 위축될 대로 위축된 제약영업 환경이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 사이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 환경에 제약이 많아진 상황에서 판촉물 제공 금지, 발사르탄 사태에 따른 제네릭 의약품 규제 등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던 영업사원이 사라질지 남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協, 판촉물 제공 금지 수용

그동안 고심을 거듭해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판촉물 제공을 중단키로 한 국제 기준에 발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최근 제약바이오협회는 세계제약협회(IFPMA)의 윤리경영지침인 자율규약(Code of Practice)의 주요 개정사항을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반영키로 했다. 다만 판촉물 제공 '전면'금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공정경쟁규약에 반영,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공정경쟁규약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처방의약품에 대한 스포츠, 레저, 취미, 오락과 관련한 판촉물 사용이 금지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제네릭 의약품 판매가 주된 국내 제약사의 특성상 판촉물 제공 금지는 곧 제품 홍보를 위한 무기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약영업 현장에서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 중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은 판촉물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제약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판촉물을 제작,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의약품, 난립한 제네릭의약품을 상대로 제품력으로만 승부하기에는 국내사 특성상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 판촉물마저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 제품을 각인시키는 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당경쟁 시장에서 맨손 영업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방침 때문에 현장은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사르탄 사태로 규제 강화?

발사르탄 사태가 영업환경 위축을 가져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발사르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도 이에 발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 의약품 공동생동 또는 위탁생동 개선을 요구했다. 발사르탄 사태를 통해 위탁·공동생동시험 허용에 따른 제네릭 난립 문제가 다시 한 번 지적된 것. 

이에 식약처 류영진 처장은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복지부와 협의체를 구성했고 제네릭 허가부터 약가, 유통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류 처장의 답변에 제약업계는 공동생동 제한, 약가인하 등의 규제강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생동 제한을 가장 유력한 규제방안 중 하나로 예상하고 있다"며 "공동생동을 제한할 경우 제네릭 품목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업계는 부담이 커 제네릭 의약품 출시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영업 위축…"내년에 그만둬야 하나"

엎친데 덥친 격으로 제약영업 환경이 위축되면서 영업사원이 사라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베이트 쌍벌제, 김영란법 등으로 가뜩이나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 진 상황에서 신규 입사자는 설 자리를 잃게 돼 영업사원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A제약사 영업사원은 "이 같은 규제는 기존에 거래하던 제약사만 거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게 만든다"며 "신규 입사자는 물론 경력 영업사원도 거래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제약사 영업사원도 "신약이 전무해 제네릭 의약품과 도입 신약 영업에 전력을 다하는 게 국내사의 실태"라며 "제네릭 제품을 들고 현장에 나섰던 영업사원의 설 자리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그만둬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C제약사 영업사원은 "판촉물 제공 금지만 이야기 해놓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 영업을 해야하는지 회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영업을 위한 매개가 없는 상황에서 막막할 따름이다. 내년에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영업사원은 물론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D제약사 영업사원은 "판촉물은 고객(의사)을 만나기 위한 수단일 뿐 영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제품 판매는 영업력이 관건인 만큼 '관계'에 의존한 영업사원은 사라지고 영업력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영업사원은 "사실상 이제는 제품력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며 "고객이 관심가질 의약품을 만들어 영업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도 신약 개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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