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수 무작정 못 늘린다” 지역별 병상총량제 첫발
“병상 수 무작정 못 늘린다” 지역별 병상총량제 첫발
  • 고신정 기자
  • 승인 2018.09.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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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법안소위, 의료법 개정안 처리 합의...사무장병원 근절법도 의결 목전
 

중앙정부의 병상관리 및 규제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법 개정을 위한 첫 문턱을 넘었다. 사실상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로 병원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정춘숙 의원안)을 심의, 차기 회의에서 다른 의료법 개정안들과 함께 의결키로 합의했다.

소위가 합의한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5년마다 병상 공급과 배치에 관한 기본시책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로 하여금 이 기본시책에 따라 지역별·기능별·종별 의료기관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을 수립해 복지부 장관에 제출토록하며, 중앙정부의 기본시책과 지자체의 수급계획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협의와 조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합의안은 시도지사로 하여금 의료기관 개설 허가시 정부의 기본시책 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해, 병상의 균형공급을 담보할 수 있게 했다. 중앙정부 기본시책과의 적합여부를 근거로 실제 의료기관 개설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에는 병상 공급과 배치에 관한 국가차원의 기본시책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중앙정부 시책과 시도지사의 공급계획이 부합하지 않는 경우라도 복지부 장관의 권한이 ‘권고’에 그쳐 병상 개설 제한 등 이행력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당초 정 의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합의 불발시, 해당 시도지사가 병원 등의 개설허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소위 논의과정에서 “협의·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개설허가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지자체의 자치권과 의료인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개설허가시 중앙정부 시책과의 적합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으로 내용이 정리됐다.

▲지역별·종별 병상자원 현황(보건복지부)
* (기타) 치과병·의원, 조산원, 보건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한방병·의원 병상 합계
* 자료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6.12월 기준)

정부는 이 같은 근거만으로도 제도 운영과정에서 병상 과잉공급 억제 등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 복지부는 소위 논의과정에서 “앞으로 병상 쏠림이 있는 경우 개설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법 개정이 이뤄지면 무분별한 병상증설을 못하게 되는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다. 일본의 경우에도 지역의료계획에 도달하거나 초과하면 개설허가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병원계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국회에 낸 의견서를 통해 “병상자원 수급문제는 단순히 양적 측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이용 및 의료공급체계와 연계된 것”이라며 “병상자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에 앞서 의료자원에 대한 합리적 역할 부여 및 기능 수행에 따른 재정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법안소위는 이날 소위에 계류된 이른바 사무장병원 근절 법안들의 처리에도 합의했다.

▲의료법인을 포함 사무장병원 개설 금지원칙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한편 적발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최도자·천정배 의원 각 대표발의)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의료인과 의료법인에 개설허가 취소, 해당 의료인에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게 하며(최도자 의원안) ▲이 경우 면허재교부 제한기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김광수 의원안)한다는 내용이다.

기동민 법안소위원장은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결정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쥐꼬리 과징금’ 논란에서 비롯된 영업정지 과징금 조정안(김상희·윤소하·정춘숙 의원 각 대표발의)은 의원간 합의 불발로, 재논의가 결정됐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는 역학조사관의 자료제출 요구를 지연시키는 등 보건당국의 지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삼성서울병원에 '업무정지 15일'의 처분을 내리되, 환자들의 불편 등을 고려해 이를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정지 15일에 준해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진 과징금은 800여 만원. 매출 1조원이 넘는 병원이 15일간 문을 닫는 것을 대신해 지불하는 금액치고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이에 맞물려 대형병원에서는 관대하고 동네의원에는 가혹한 부과기준의 '역진성', 또 2003년 이후 14년째 고정되어 있는 과징금 상한액의 '비현실성' 문제 등도 수면 위로 올랐다.

이에 김상희 의원 등은 영업정지 갈음 과징금 상한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20배 상향하고, 역진성 해소에 초점을 두어 의료기관 규모별로 영업일당 과징금을 현실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으나, “상한액 기준이 여전히 낮다” “의료기관 규모별 특성을 보다 더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견이 나오면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복지위는 이르면 6일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이날 합의된 의료법 개정안의 소위 의결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개정 법률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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