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 교수, "부적절한 중소병원 퇴출해야" ... 박진식 이사장, "중소병원에 맞는 평가 방식 절실"

▲ 8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국의료질향상학회에서 중소병원 의료질 향상에 대한 세션이 진행됐다.

중소병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였지만, 원인을 파악하는 시각은 엇갈렸다.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봄학술대회에서'중소병원 의료질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하는 세션이 진행됐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현재 중소병원이 처한 상황을 병상 과잉에서 찾았다.

임 교수는 "OECD 국가 중 급성기 병상이 증가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일본도 감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병상수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소병원들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 과잉 공급의 문제는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중소병원 병상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의원과 병원의 기능 재정립이 어려워지고, 수가책정도 어렵게 됐다"며 "의료취약지에서 중증도 이상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졌고, 의사와 간호사 등의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가장 경한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 가장 안전한 병원"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다른 진단을 내렸다. 정부의 의료질지원금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박 이사장은 현재의 의료질지원금 평가방식은 중소병원에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질지원금 평가에 대한 지적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종합병원의 50% 이상이 산출하지 못하는 지표를 사용하고 있고, 지표의 변별력도 떨어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지표 선정과 관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진료량 연동 단일보상방식 등은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박 이사장의 문제제기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우선 지표 항목에 대한 문제다. 

박 이사장은 "지금의 평가대로라면 가장 안전한 병원은 가장 경증환자를 보는 병원"이라고 반문하며 "중증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은 그에 따른 상황이 많이 생긴다. 그런데 평가에는 이러한 것이 반영돼 있지 않다. 오직 환자안전과 효과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의료질평가는 의료기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꺼냈다. 의료전달체계나 공공성 등의 항목에서 정부가 이미 정책으로 정해놓은 규정에 중소병원들이 어떻게 수준을 맞출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박 이사장은 "공공성 지표에서 모든 병원이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심장전문병원에는 의사수가 많아야 하지만, 정형외과병원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정부가 정해놓은 지표에 따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전환해야 vs  적정성 평가체계 수정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이 달라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달랐다. 

임 교수는 적정 규모의 의료기관은 확충하지만 부적절한 중소병원은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정부가 병상 총량 관리 기전을 마련해 병상수급을 조정해야 하고,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도록 촉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조금 파격적인 방법도 내놓았다. 

임 교수는 "동일 진료권의 중소병원의 병원 간 합병을 허용하고, 여기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거점 기능을 하는 병원이나 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하나는 병원은 공익의료법인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급과잉 병상의 자발적 청산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의료질평가에서 중소병원에 맞는 평가 방법을 요구했다.

의료질지원금에서 중소병원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종별 차이에 대한 재해석과 종별 역할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주장이다. 맹장수술을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에서 했을 때 가격의 차이가 있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수가가 더 책정되는 상급종합병원에 퀄리티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 

적절성 평가 체계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는 '해당 질환에 대한 의료를 일정 증례 이상 제공했으나 부절절한 경우'를 평가단계에서 두 번째로 인정하지만 이를 가장 낮은 단계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평원, 중소병원 예비평가 진행 중  

의료질 관련 중소병원의 문제점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개발부 박춘석 부장은 "그동안 정부가 평가를 먼저하고 후 지원하는 패러다임을 변경해 선 지원하고 후에 평가하는 방법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중소병원의 의료질을 높이기 위해 너무 높은 문턱보다 달성가능한 기준과 현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최소한의 법적기준으로 병원들을 이끌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중소병원 예비평가를 위해 병원 규모, 인력, 재원일수 등 10개 지표를 마련해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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