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형병원에 '관대한' 과징금 부과기준...국회·복지부 제도 개선 속도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과징금 논란과 맞물려, 의료기관 과징금 부과체계의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형병원에서는 관대하고 동네의원에는 가혹한 부과기준의 '역진성', 또 2003년 이후 14년째 고정되어 있는 과징금 상한액의 '비현실성'이 문제의 핵심.

복지부와 국회 모두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메르스 사태 당시 역학조사관의 자료제출 요구를 지연시키는 등 보건당국의 지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의료법 위반)을 물어, 삼성서울병원에 '업무정지 15일'의 처분을 내리되, 환자들의 불편 등을 고려해 이를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정지 15일에 준해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진 과징금은 806만 2500원. 매출 1조원이 넘는 병원이 15일간 문을 닫는 것을 대신해 지불하는 금액치고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수입 180배, 과징금은 7배차...동네의원에 가혹한 과징금 제도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진 800만 2500원의 과징금은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상 규정된 의료기관 과징금 산정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의료기관 과징금 산정기준.

영업정지 과징금은 영업정지 일수에 구간별 과징금 기준금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구간은 의료기관 수입액을 기준으로 1~20단계로 나눠져 있다. 

연 수입 5000만원 이하 기관이 최하등급인 1등급, 연 수입 90억원 초과 기관이 최고등급인 20등급에 속하며 1등급 기관의 영업정지 1일당 과징금은 7만 5000원, 20등급 기관은 53만 7500원이다.

최고-최저 등급간 수입액 격차는 180배에 이르지만, 과징금 차이는 7배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의료기관 수입액이 작은 기관일수록 과징금 부담이 크고, 수입이 클수록 과징금 부담이 적어지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연 수입 2500만원 이하인 의료기관의 과징금은 하루 수입의 110%, 연 수입 5000만원 이하인 의료기관의 과징금은 하루 수입의 55%에 달하지만, 연 수입 90억원을 초과하는 기관의 과징금은 수입액의 2%에 그친다(영업일 365일 기준).

법령 위반에 따른 제제적 성격의 과징금이, 누구에는 폭탄이 되고, 다른 누구에게는 제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과징금 기준 개정 재추진...관건은 '적정 과징율' 산출

논란이 불거지자 복지부도 과징금 산정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수입 구간별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 대신 수입액 대비 정률제로 과징금 산정기준을 변경하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해 의료기관 영업정지 과징금 산정기준을 수입액 비례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과징금 기준을 '위반기간 1일 평균 수입액*의료업 정지일수*적정과징율(24%)'로 바꾸자는 것이 핵심.

이렇게 하면 수입액이 많은 사업자의 경우 과징금 수준이 높아지고, 반대로 매출이 적은 사업자는 그 금액이 작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입법예고 했던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 구간별 과징금 부과방식 대신 수입액 비례 정률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적정과징률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당시 시행령 개정은 불발에 그쳤다.

정부가 제안한 대로 24%의 과징률을 적용할 경우, 연간 수입액이 3억원 이상인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과징금 부담이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형평성 제고를 빌미로 과징금 수준을 전체적으로 인상하려 한다는 반론에 부딪힌 탓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건은 적정과징율의 산정"이라며 "현재로써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대해서만 결산 보고가 의무화돼 있어, 다수 의료기관의 매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올해 상반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징금 상한액 14년째 5000만원...부과기준 바꿔도 '한계'

법정 과징금 상한액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법률은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 상한선을 최대 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 수입액이 얼마든, 영업정지 기간이 얼마나 길든, 이를 대신해 의료기관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을 5000만원 이하로 고정하고 있는 것.

현행 기준대로라면, 5000만원 상한선에 도달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수입비례 정률제'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개정안(과징율 24%)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연간 수입액이 100억원인 기관의 1일당 과징금은 657만 5300원으로, 영업정지 기간이 8일만 되도 총 과징금 규모가 5000만원 상한선을 넘는다.

연간 수입액이 1000억원을 넘는 초대형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영업정지 기간이 하루만 되도 과징금 상한을 넘긴다. 연수입이 1000억원을 넘으면 영업정기 기간이 1일이든, 1개월이든, 6개월이든 해당기관은 1일 매출의 1/4 수준인 5000만원만 내면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법정 과징금 상한액은 지난 2003년 한차례 개정된 이래, 현재까지 14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입액에 비례하는 형태로 과징금 제도를 정비한다 해도, 법정 과징금 상한액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여전히 대형병원만 이익을 보게 된다"며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과징금 상한선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쥐꼬리 과징금 개선"...의료법 개정 작업 속도

이는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의 몫. 관련해 국회에서도 법 개정 준비가 한창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정의당) 의원 등이 법 개정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실 관계자는 "영업정지 갈음 과징금이 실제 징벌로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과징금 부과기준을 의료기관 수입과 연계한 정률부과 방식으로 변경하는 한편, 과징금 상한액을 현실화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의원실 또한 "매출 1조원 대형병원의 업무정지 15일을 어떻게 800여만원으로 갈음할 수 있느냐"며 "심각한 의료 참사에도 솜방망이 처벌 밖에 할 수 없는 현행 의료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