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병상공급과잉 해결 키워드 300과 M&A
문재인 정부의 병상공급과잉 해결 키워드 300과 M&A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7.05.26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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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 미만 병원 '진입로' 막고 인수·합병 허용해 '퇴로' 마련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병원들이 예민해지고 있다. 300병상 미만 규모의 중소병원은 시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해 병상공급과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온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의 존재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건의료계 큰 그림을 짜온 인물이 김 교수다.

김 교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이에 상응하는 힘을 가진 자리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고, 애제자로 불리는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도 청와대 사회비서관으로 발탁되는 등 일명 김 교수 사단의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오래전부터 의료자원의 과잉공급과 소규모 병원의 난립 및 과잉으로 인한 자원낭비를 막으려면 종합병원 설립요건을 300병상 이상으로 상향하고, 인수·합병 등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은 의원과 병원의 기능 구분인데, 지금처럼 의원과 병원이 경쟁하면 의료전달체계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병상공급관리와 의료전달체계'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환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기 어렵다. 근본적 문제를 풀려면 구조변경이 필요하다"며 "1차 의료기관이 문지기 역할을 해야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외래와 입원 위주로 기능이 분화돼야 하고, 의원과 병원이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병원은 300병상이 넘어야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5년 11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고, 이번 대선 공약집에도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신규 개설 금지'를 넣을 정도로 의지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왜 300병상인가? 

대통령 공약집에 발표된 병상 공급 과잉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3가지다. 기존 3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유지하지만 새로 진입하려는 병원은 규제한다는 것이다. 또 병원의 인수·합병 등의 퇴출구조를 마련해주고, 입원중심병원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과 수가가산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시장 진입 병상을 300병상으로 잡았을까? 
300~400병상 정도 돼야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고, 필수진료과목이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는 등 적절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지역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상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 김 교수와 생각의 궤를 같이하는 이 교수는 일반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300병상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소형병원 중심으로 병상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병상은 과잉공급되고 있지만 제역할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통상적 입원진료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병원이 되려면 300병상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합병원의 병상이용률은 80%인데, 중소병원은 63%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병상이용률이 떨어지면 결국 경영진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나 재원일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병원의 재원일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3배 정도다. 또 병원 개·폐업의 95%가 300병상 미만의 병원"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한다. 지역사회에서 중소병원이 동네의원과 같은 역할을 해 가파른 외래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동네의원을 협력병원이 아닌 경쟁병원으로 만들어 동네의원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병상 증가는 중소병원 아니라 요양병원 때문"

전문가들은 시장에 진입하려면 300병상 이상이어야 한다는 정책은 지난한 논의와 토론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론은 맞다고 해도 현실은 이론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대한병원협회 고위관계자는 "300병상 미만 병원의 시장진입을 규제한다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정책일 수 있다"며 "정부가 병상공급 과잉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증가하는 것은 요양병원이지 중소병원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을 진행할 때 국민이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의료비가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원칙에 300병상 진입 규제가 부합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맹장이나 탈장 등 소소한 질환이 생겼을 때 300병상 이상 병원에 가면 분명 의료비가 올라갈 것이다. 현재 병상 규모가 적은 병원이 진료비가 싼 것은 사실"이라며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HM&컴퍼니 이용균 대표는 우리나라 병상이 OECD 기준으로 봤을 때 2.5배 많고 유럽 등에 비해 재원일수가 2배인 것도 맞지만, 진입규제로 풀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시장의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 모두를 컨트롤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300병상 미만 진입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신고제를 과거의 허가제로 바꾼다는 것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증설할 때 정부와 사전협의하도록 하는 것 등을 참고해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난 겪으며 파산할 때까지 운영…퇴로 마련 환영"

병원계는 오랫동안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공약집에 경영 상황이 어려운 병원의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내용이 실렸다.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청산 촉진을 위한 특례를 신설하고, 잔여재산 일부를 법인의 기부자에게 보존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환영 일색이다. 병협 홍정용 회장은 "병원 쪽에서는 찬성이다. 그동안 적자가 나도 병원을 계속 운영해야 했는데 퇴로를 열어준다면야 좋은 일"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모 원장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줬으면 한다"며 "의료법인은 관련 규정이 없어 비영리법인 의료기관 중 의료법인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따라서 경영 여건상 운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을 파산할 때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적이거나 음성적 법인 매매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반겼다. 

"의료영리화 반대하더니…" 시민단체 강한 저항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시민단체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료영리화를 강하게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정책들이 나온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세 측은 대통령 공약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면 의료계 직능단체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돼 있다고 꼬집는다. 

김준현 대표는 "병원 인수·합병 허용도 오래된 병협의 민원사항이었다"며 "상황을 좀 더 봐야겠지만 실제로 병원의 인수합병을 진행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 "저수가로 인한 의료기관 부실 등으로 연결하는 것은 공급자 논리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만일 문을 닫아야 하는 병원이 있다면 지자체가 인수해 공공병원을 운영해야지 이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인수·합병이 가능해졌을 때 병상 과잉 공급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또 다른 대형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병원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시장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중소병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같이 병원을 개설할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허용한 이후 반드시 풍선효과로 인한 대형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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