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의전원 이건세 교수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비용 효과 연구' 결과 발표

▲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는 20일 서울대학교 임상시험센터 강당에서 열린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합리적인 투석방법 선택을 위한 정책 공청회'에서 '한국인 말기 신부전 환자 전향적 코호트 구축을 통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비용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투석이 필요한 만성 콩팥병 환자의 삶의 질(Quality Adjusted Life Years, QALY)을 개선하는 데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말기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비용 효과 분석을 진행한 결과, 복막투석은 1 QALY 향상을 위해 혈액투석보다 연간 약 4억원 적게 소요됐다.

20일 서울대학교 임상시험센터 강당에서 열린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합리적인 투석방법 선택을 위한 정책 공청회'에서는 '한국인 말기 신부전 환자 전향적 코호트 구축을 통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비용 효과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날 결과가 공개된 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많은 환자가 합리적인 투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 투석 수가의 현실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막투석 비용 대비 효과, 혈액투석보다 '압도적'

복막투석은 혈액투석, 신장이식과 함께 말기 신부전 환자 치료에 이용하는 신대체요법 중 하나다. 신장이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가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올해 발표한 등록사업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혈액투석 환자는 7만 3059명인 반면 복막투석 환자는 6475명에 불과하다. 대만, 홍콩과 비교해 복막투석 비율이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에서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저렴하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혈액투석 대비 복막투석은 비용을 26%가량 적게 지출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투석 효율을 최적화하면서 진료비 적정성 도모를 위한 근거를 수립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비용 효과 연구를 진행했다.

50세 이상으로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은 환자가 연구에 포함됐다. 분석 주기는 1년이었고, 할인율은 5%를 적용해 계산했다. 

투석 비용은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대구 1, 2차 병원의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 환자 자료를 활용했으며, 사망 및 투석 방법 변경 등에 대한 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했다. 

최종 결과, 복막투석의 비용 대비 효과가 혈액투석보다 높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먼저 투석 방법을 변경하는 경우를 배제하고 분석한 결과, 혈액투석은 1 생명 연장 수명(Life Years Gain, LYG) 향상을 위해 복막투석보다 연간 약 1.6억원이 더 소요됐다. 1 QALY 향상을 위해서는 혈액투석이 복막투석 대비 연간 약 4.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방법을 변경한 경우를 고려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혈액투석 시 1 LYG 향상에 복막투석보다 연간 약 5.2억원이 필요했고, 1 QALY 향상을 위해서는 연간 약 10억원의 경비가 더 소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의료기술 평가 시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하고 있기에, 이번 연구는 만성 신부전 환자의 적절한 치료 제공과 재정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하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투석 상담수가, '평생 1회→주기적'으로 변경해야"

▲ 공청회에서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합리적인 투석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이었지만, 현재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가 90%에 달하는 만큼 이들에게 복막투석으로 투석 방법을 변경하도록 권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상황을 역전할 수 있도록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특히 환자 상담에 대한 수가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투석에 대한 환자 상담수가는 평생 1회 적용한다. 하지만 이를 주기적인 상담수가로 변경해야 하고, 복막투석에 대한 전문 상담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 교수는 "투석은 환자의 삶의 질을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 환자가 여생 동안 평생 1회 교육을 받는 점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환자가 투석을 받으면 이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체계화돼 있지 않다.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는 의료진에게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알 수 없기에, 환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 상담수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 김석현 센터장은 "말기 신부전 환자 치료가 혈액투석에 몰려 있다. 현 의료시스템이 이러한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행위를 많이 할수록 늘어나는 행위별 수가제에는 투석에 대한 교육 상담수가가 반영돼 있지 않다. 때문에 한쪽으로 기우는 형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담수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다른 질환과의 적정성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동우 사무관은 "환자 상담의 적정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다"면서 "다만 복막투석의 상담수가는 암 등 다른 질환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다른 질환을 고려하면서 상담수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신장학회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신장학회 김연수 이사장(서울대병원 신장내과)은 "의료진은 물론 국민들이 투석 방법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투석을 '혈액투석'이라고만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라면서 "복막투석의 비용 대비 효과를 보면 혈액투석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학회는 앞으로 각 투석방법이 가진 효과와 삶의 질에 미칠 영향 등을 홍보하고, 환자가 본인 생활에 맞는 투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