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 "TZD 약제 재조명 필요" 인슐린 저항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약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가 수행한 한국인 당뇨병 유병 특성 연구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저널인 'dmj'에 실려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 2010년에도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고, 우리나라에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환자가 점점 많아 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대사증후군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인 당뇨병의 유병 특성이 과거와 비교해 최근에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김 교수를 만나 연구 내용이 의미하는 내용과 이상적인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Q. 이번에 dmj에 발표한 연구가 SURPRISE와 유사하다. 기존 연구와 차이는 무엇인가?

앞서 진행했던 SURPRISE 연구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서양인과와 다르게 인슐린 저항성 보다 인슐린 분비능 부족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2010년 SURPRISE 연구를 시행해보니 인슐린 분비능 부족 보다 인슐린 저항성인 사람이 많았다.

이후 비만, 대사질환 증가 등으로 인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인슐린 저항성 현상도 더 늘었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다시 한번 시행해 본 것이다. 현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존에 당뇨병이 있었던 환자보다는 처음 진단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대학병원 환자와 함께 개원의 환자까지 포함시킨 좀 더 진화된 연구로 종근당이 후원했다.

Q. 결론은 어떻게 나왔나?

2010년도에 나온 결과보다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왔는데, 연구 진행 시점을 고려하면 5~6년만에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특히 젊은 층은 압도적으로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이 많았다. 이들은 대체로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았을 때 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았고, 인슐린 저항성 중증도도 심했다. 이러한 결과는 젊은 연령일수록 체계적으로 만성질환예방을 위한 건강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Q. 젊은 연령에서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만이 주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리 몸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보는 바이오마커 중 호마 베타(HOMA-b)가 있는데 보통 40세 미만 군이 가장 높고, 40-65세 미만 군이 중간, 65세 이상 군이 낮다.

그러나 젊은 당뇨병 환자 중 비만을 동반하고 있으면 호마 베타 값이 낮았다. 참고로 호마 베타는 높을 수록 좋은 것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의미하는 호마 아이알(HOMA-IR) 값은 낮을 수록 좋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비만율이 낮다고 하지만 실제로 같은 BMI라 하더라도 내장지방 정도는 우리나라가 더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 BMI 수치 25는 서양 MBI 수치 30과 같은 정도로 봐야 한다.

Q. 일차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체중을 줄이고,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 줄이려는 식생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짠 음식은 고혈압에서도 위험요인이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또 당뇨병 환자가 짠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많이 올라간다. 혈당이 높은 환자들에게 먹은 음식을 물어보면 된장찌개와 김치 밖에 안 먹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얼마나 짠 상태였는가와 식사량이 중요하다.

Q. 약물로서는 어떤 약제가 가장 효과적인가? 또 다양한 약물 중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있는 약물은 무엇인가?

엄밀하게 말하면 인슐린 저항성 개선의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약은 메트포르민과 글리타존(TZD) 계열 두 종 밖에 없다. 메트포르민 경우는 주로 간에서 작용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지방과 관련된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는 TZD만 갖고 있다. 다른 약제들도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혈당이 떨어지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혈당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것과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두 약 중에서도 특히 지방과 관련한, 주변 인슐린 저항성 개선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TZD 밖에 없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약물은 로베글리타존과 피오글리타존이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TZD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면서 베타세포 기능도 회복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게다가 다른 어떤 당뇨병 약제들 보다 혈당이 잘 떨어지며 또한 장기적으로 유지된다.

Q. 반면 로시글리타존 사건 이후 잘 쓰이지 않고 그 사이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처방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많이 아쉬울 뿐이다. TZD는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 치료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대 받고 있는 약물 중 하나다. 문제가 됐던 로시글리타존은 심혈관 안전성 논란으로 퇴출됐지만 최종적으로 미국FDA는 심장질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TZD는 심혈관 위험성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축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아쉽다. TZD의 안전성 논란은 아스피린에 비유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출혈위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쓰지는 않는다. 조심해야 될 환자 군이나 금기가 되는 환자를 피하면 되지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쓰지 말라는 것은 그 약을 썼을 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버리는 셈이다.

Q. 인슐린 저항성 개선 외에 TZD는 어떤 장점을 갖고 있나?

TZD를 처방하면 당뇨병의 진행을 막아 궁극적으로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줄이고, 각종 암을 줄인다는 다양한 데이터가 많다. 구체적으로 심장대사증후군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10만명당 52명 줄일 수 있다. 또 암으로 인한 사망도 10만명당 8명 낮춘다. 물론 방광암 이슈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쓰지 않는다면 이 약으로 살릴 수 있는 다른 암 환자는 그대로 사망위험에 노출시키는 셈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위험 군을 찾아내고 더 조심하면 된다. 전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Q. TZD의 새로운 가능성 및 최적의 조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시글리타존 사태 이후로 TZD가 문제가 있는 약으로 낙인 찍히면서 TZD와의 병합 연구 자체가 진행이 잘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적응증도 제한적이다. 다행히 심평원과 학회의 노력으로 향후 TZD와 DPP-4 억제제 또는 TZD랑 SGLT-2 억제제와 병용 시 급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TZD와 SGLT-2 억제제는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TZD를 썼을 때 유일한 문제인 부종이나 심부전을 SGLT-2 억제제가 확실히 줄여 줄 수 있고 그 외에 대사적 기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당뇨병 치료의 대가인 디프론조 박사도 최근 논문을 통해 TZD와 SGLT-2 억제제를 같이 쓰는 것을 추천했다. 여기에 GLP-1 제제를 추가하면 현존하는 치료제 중 가장 이상적인 치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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