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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Quo Vadis), 의협? ... "선거가 의협을 망치고 있다"선거 앞두고 후보들 입모아 "투쟁" ... "미래 전략 없고, 회원과 국민은 안중에 없어"
박선재 · 고신정· 양영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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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3.12  0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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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민초의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참담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단체를 이끌어갈 수장을 찾는 선거에서 의협의 미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자괴감이라고.

40대 의협 선거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는 '투쟁'이다. 거의 모든 후보가 대정부 투쟁을 선거전략으로 들고나오면서, 흡사 강성 노동조합의 선거를 보는 듯하다. 6일에는 임수흠 후보가 정부를 비판하며 삭발까지 강행해 선거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선거 때문에 의협이 망가지고 있어"

후보들이 너도나도 투쟁을 강조하는 이유는 회원들이 원해서일까?
일부 그런 면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협에서 투쟁의 목소리가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케어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으로 외과계 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과계 한 원장은 "문케어는 외과 의사들을 모두 죽이려는 시도나 마찬가지다. 의협이 정부와 투쟁해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과 더불어 투쟁을 강조하는 최대집 후보 등이 등장하면서 선거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초의사는 후보들이 대정부 투쟁을 외치는 것은 선거에 이용하려는 자신들만의 외침일 뿐, 선거가 끝나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의학과를 운영하는 정 모 원장은 "후보들의 투쟁 외침은 선거 구호용일 확률이 높다. 사실 지금 투쟁의 방법도 마땅하지 않고, 명분도 불충분하다"며 "선거에 누가 당선돼도 투쟁 일변도로 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보들이 2000년대 의약분업 당시 투쟁 스타일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37대 의사협회 집행부 일원이었던 한 인사는 "2000년대 당시는 투쟁과 집회가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이후 정부가 의사들에게 개시명령권 등 이미 강제화 할 수 있는 법들이 생겨났다"며 "법을 바꾸려면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의 한 의대교수는 선거가 의협을 망치고 있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후보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명분 없는 투쟁을 외치면서 의협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쏟아내면서, 선거에 승리해도 그 공약들로 인해 발목 잡힐 일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의사 이미지 '장사치' 전락 위기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투쟁 모드로 전환하면서 의협은 전문가 단체라기보다는 이익단체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시도 의사회 한 임원은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보고 의사로서 창피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의사들끼리는 분노를 표출할 무언가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면 사회에서 의사 이미지는 결국 장사치나 폭력배로 추락할 것이란 걱정이었다.

그는 "후보들의 주장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한다"며 "투쟁을 해 정부를 굴복시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제37대 의협 집행부 일원이었던 한 인사도 같은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와 국민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 권리가 신장되고 전문가의 정보 독점력이 깨지면서 어느 사회나 전문직의 위치는 변동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적 현상을 정부나 국민에게 투사한다고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협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의협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보건의료 현안과 관련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실제로는 지나치게 직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는 "지금까지 의협이 보여준 행보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결국 이런 형태로 가면 의사협회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협상 전략은 '우선 반대'? 

의협이 대정부 투쟁을 외치지만, 정작 투쟁에서 중요한 협상 능력은 "글쎄"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협상에서 세련된 협상 태도나 좋은 성과를 얻어낸 결과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의협은 대부분 '반대'의견을 낸다. 

이번 의료전달체계 협상에서도 의협은 거친 매너를 보였다. 정부와 계속 논의를 이어가다 지난 6일 정부가 예비급여 고시 철회, 신포괄수가제 확대계획 철회 등 비대위의 추가요구 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무성의한 협상태도를 보인다며 협상단 총사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의정협 결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협의 이러한 협상 전략은 100전 100패라고 조언한다.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 회원과 국민에게 어떤 것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시도의사회 한 임원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태도 때문에 불신이 가득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수가 정상화를 얘기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못 믿겠다는 태도는 잘못됐다. 일반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에게 전면전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패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특히 최근 문케어 논란은 스스로를 고립 상태로 만든 큰 패착이란 것.

그는 "의료 전문가로서 제도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면 의료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서 협상의 우위를 점했을 것"이라며 "무조건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해 결국 정부, 시민사회, 국민이 의사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아쉬워했다.  

의협이 해야 할 역할은? 

의협의 역할에 대해 지적이 있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사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국민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고, 의사윤리 등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전문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며 "의사협회가 국민과 함께 하려 한다면 홈페이지부터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만 해도 국민이 의사협회 홈페이지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의학정보나 전문가 의견을 찾는다. 우리나라 국민은 의사협회 홈페이지에 들어올 생각조차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대교수는 의협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랫동안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있었지만 정작 의협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저수가만 외치고 있다"며 "의협이 단시간 안에 달라질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협에서 개원의들을 따로 떼어내 별도의 개원의 단체를 만들고, 의협은 그야말로 의사를 대변하는 최고의 전문가 단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논의는 더 진척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모 의대교수는 "의협에서 개원의들의 단체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의학회가 의사 전문가단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의학회 소속 의대교수들은 의협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선거가 끝나도 의협은 그야말로 "Quo Vadi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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