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국가기반 빅데이터 및 분석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몇 년간 학회들이 발표하는 '팩트시트(Fact Sheet)'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병률과 인지도, 치료율 등이 포함돼 향후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학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 유병률은 상승세를 거쳐 최근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이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2007년 빠르게 증가한 후 최근 10년간 늘지 않고 있으며, 고혈압 유병률 또한 1998년 이후 큰 변화가 없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05~2010년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안정세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고려하면 만성질환 유병률은 다행히 가파른 증가 없이 조절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만성질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각 학회의 노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학회는 유병률 감소와 인지도, 치료율 상승을 목표로 둔다. 그러려면 학회가 주창하는 대국민 홍보활동과 질환 교육도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학회는 만성질환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개최하는 1차원적인 전략을 써왔다. 무료 진료를 하거나 강의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특정 연령층에 불과하다.

새로운 전략에는 캠페인과 더불어 구체적인 관리법을 제시하거나 위험도를 계산하는 평가 시스템과 같은 적극적인 관리를 강조한 전략이 포함돼야 한다.

일례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방법을 추천하거나,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체중계, 운동기기를 사용하면서 구체적인 관리법을 강조하는 것도 좋다. 학회가 생활습관 개선요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환자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추천된다.

현재 이런 프로그램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이러한 내용을 주요 만성질환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키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도하는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US DPP)'에서는 지난해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당뇨병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이 경우 당뇨병 고위험군은 애플리케이션에 식사 및 운동을 기록해 생활습관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뇨병 예방 교육자료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고무적인 결과로 고혈압 예방에도 이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병률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학회가 진행해온 대국민 홍보활동과 질환 교육만을 답습한다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유병률이 지금과 같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진보된 전략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필요하다면 정부, 국외 전문가 등과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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