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공단-AZ, 표적 항암제 타그리소 약가놓고 이견 차 팽팽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 약가결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13일, 20일 두번의 지난한 약가협상끝에 합의점을 좀처럼 찾지 못한 양측은 결국 내달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타그리소는 지난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로부터 T790M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서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급여 문제로 골치를 앓은 신약 대부분이 약평위 문턱을 통과하지 못해 힘겨워했던 것을 감안하면 타그리소는 급여화를 위한 9부능선을 넘은 셈이다.

그러나 최종 약가협상에서 암초를 만났다. 건보공단과 한국아스트라에서 각각 제시한 약가에 차이가 있는 것. 업계에는 이들이 생각한 약가가 '2배 차이가 난다', '3배 가까이 차이가 있다' 등 소문이 무성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3일 마무리됐어야 하는 약가협상이 두 차례나 연장됐다. 복지부 의견에 따라 급여협상이 중지된 것이다.

약평위 통과 이후 복지부장관의 급여협상 명령이 떨어지면 60일안에 약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평위를 통과했지만 급여화에 실패한 약제들도 있다. 그러나 두 차례 연장을 결정한 약물은 타그리소가 처음이라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협상결렬'이 아닌 '협상중지' 상황이 되면서 건보공단과 복지부 간의 입장도 다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자단체 호소문 발표·이례적인 회사 입장문도 나와

타그리소는 세계 최초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한국 환자를 포함해 진행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표준치료(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2배 이상 연장된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특히, 타그리소는 표적항암제 중 뇌전이 등 중추신경계 전이를 동반한 환자(전체 폐암환자 중 40%)에서 유일하게 효과를 보여줬다. 때문에 급여등재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13일 약가협상을 앞두고 돌연 급여포기설이 흘러나왔고 한 차례 연장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단체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회 앞 1위 시위도 진행했다.

1인 시위에 나선 전국 암 환자 커뮤니티인 암 정보 밴드의 운영자 김종환씨는 2015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고, 아스트라제네카에 추가 약값 인하를, 정부에 약제접근성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타그리소는 뇌 등 중추신경계에 전이된 환자를 위한 유일한 약"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에 인내를 갖고 현재의 약가에 추가분을 인하해 줄 것과 임상 기회를 늘리고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해달라고 말했다.

건보공단과 복지부에는 "단순히 비용 때문에 하루가 급한 말기 폐암환자의 유일한 치료 기회마저 저버려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아고라에 올라온 타그리소 철수 및 급여지원 포기에 반대하는 환자 보호자의 글.

20일 약가협상을 앞두고 한국아스트라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놨다.

회사는 "국내 많은 폐암 환자들이 조속히 타그리소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타그리소의 국내 약가를 전세계 최저가 이하 수준으로 인하했다"면서 "타그리소의 비급여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보건 당국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건보공단과 회사의 이견 차는 좁혀지지 못한 채 세번째 협상자리를 갖게 됐다.
    
◆경쟁약물인 올리타의 상황은?

타그리소 급여등재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쟁약물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 올무티닙)'다.

올리타 역시 지난 8월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서 약평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두달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한미약품은 이달 초 일찌감치 약가협상을 완료하고 급여등재를 위한 다음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알려진 약값보다 더 낮춰 약가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타그리소와 가격 차이가 많게는 3배에 이를 것이란 소문이 도는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또한 만약 약가협상이 완료된 올리타가 위험분담약제(RSA)로 급여등재에 먼저 성공한다면 '대체약제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때문에 타그리소의 RSA 적용은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공단은 동일한 적응증을 가진 올리타의 약가를 고려하지 않고 타그리소 약값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전세계 최저가 이하 수준이라고 말한 것은 더이상 낮추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공단 역시 올리타 약가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차일피일 기한만 연장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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