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분석 결과, 유전성 부정맥 원인 14.7%…서양은 1~2% 수준

▲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는 14일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인에서의 급성심장사 원인으로서의 유전성부정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사 위험이 서양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안암병원 순환기내과)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를 분석한 결과, 급성 심장사 원인 중 심근병증을 제외한 유전성 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14.7%였다.

서양의 경우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1~2%에 그치는 점과 비교하면 그 위험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결과는 14일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급성 심장사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 등과 같은 치사성 부정맥으로 발생하며, 사망 또는 뇌사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약 25%로, 인구 10만 명 당 연간 발생률은 미국과 유럽이 50~100명, 아시아가 37~43명으로 보고된다.

급성 심장사로 이어진 원인으로서 유전성 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양이 1~2%인 반면 일본이 10%로 5~10배가량 높아,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사 위험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급성 심장사와 유전성 부정맥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데이터는 없었다. 이에 최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를 바탕으로 급성 심장사와 유전성 부정맥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분석했다.

연구에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100만명 코호트 데이터가 포함됐다. 

그 결과 국내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48.7명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양보다는 낮지만 아시아에서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 급성 심장사 환자 중 유전성 부정맥으로 진단된 이들은 14.7%였고, 급성 심장사를 겪은 후 생존한 이들 중 20%, 사망자 중 6.4%가 유전성 부정맥이 있었다.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30~40세에 가장 높아, 고령보다 젊은 연령층에서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유전성 부정맥 발생률을 확인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세동기 삽입술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심근병증을 제외한 유전성 부정맥을 진단받은 환자는 21.2%로 나타났다. 이 중 1차 예방이 6.6%, 2차 예방이 27.8%를 차지했다.

최 교수는 "연구 결과 서양과 다르게 국내에서는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전성 부정맥은 서양과 다른 양상의 임상적 특징 및 발병 기전을 보이기에 기초·중개·임상 연구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유전성 부정맥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직 유전성 부정맥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고, 검진이나 일반적인 진료를 통해 확인된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그동안 놓친 환자가 많을 것이다"면서 "때문에 국내에서 유전성 부정맥에 대한 조기진단, 보험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 검진에서 심전도 검사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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