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신약 등의 성과...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져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유독 많은 주목을 받은 혈액암 질환을 꼽으라면 단연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 MM)이다. 혈액암으로는 드물게 다양한 연구 성과가 대거 발표되면서 치료성적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0년대 까지만해도 30%에 머물렀던 MM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지금은 66%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특성을 찾아내면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으며 나아가 완치도 가능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처럼 치료 예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고, 과도한 치료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함으로서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때문에 각 국가별 혈액암 전문가와 환자들은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서는 매년 1000명 발생 환자의 73%가 고령층

MM은 인체 내 면역체계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또는 증식돼 나타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를 골수종세포라고 하는데, 이는 골수를 침범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감소시킨다. 또 골수종 세포는 비정상적인 항체인 M 단백질(혈청 단클론 단백질)을 과다 생산해 혈액의 농도를 진하게 만들어 내체 장기를 손상시킨다.

진단은 국제골수종연구그룹(International Myeloma Working Group,IMWG)의 기준에 따라, CRAB 증상(고칼슘혈증, 신장기능장애, 빈혈, 골질환) 평가와 함께 3가지 골수종 징후 사건(Myeloma Defining Events, MDEs) 평가를 병행한다. CRAB 증상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MDEs 평가 상 하나 이상의기준을 충족하면 다발골수종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진단된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만 명 정도 새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9년 이후 매년 1000명의 환자가 진단받고 있다. 따라서 MM은 림프종, 백혈병에 이어 발생률이 높은 3대 혈액암으로 꼽힌다.

가파른 증가세로 많은 연구자가 발생 원인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방사선, 화학물질 노출, 유전성 질환으로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현재 파악되는 것은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MM은 60세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또 환자의 90%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로 진단돼 예후가 좋지 않다. 국내 MM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40% 수준이다. 외국에서는 66%까지 보고되고 있다.

Rafael Fonceca 박사

최근 ASCO에서 만난 메이요 크리닉 Rafael Fonceca 박사는 "발병하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발골수종이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최근 15년간 MM 환자의 생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 치료제가 나온 2000년 초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4년 현재는 66%까지 올라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발의 주요 원인인 미세잔존질환을 평가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을 연구하거나, 유전자 시퀸싱 기법을 통해 MM 서브타입을 찾아내 맞춤형 치료를 하면 생존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존율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존율 개선 불구 제한 많아

이처럼 MM 환자의 치료성적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최적의 치료를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해 Leukemia 저널에 실린 2000-2014년 미국 내 MM 전체 생존율과 의료비 사용 트렌트를 보면, 총 의료비는 지난 15년간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MM을 위한 의료비용은 큰 변화가 없다. 특히 MM 치료를 위한 의료비용은 전체 의료비 중 3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009년 이후에 5%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결국 환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낮은 치료율로 귀결된다.

주 저자인 Fonceca 박사는 "이런 트렌드는 MM 환자들이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대변한다"며 "배경은 질병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MM 치료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6년 암통계 현황에 따르면 2009년 MM은 췌장암, 간암, 백혈병, 뇌 및 중추신경계암과 함께 환자 1인당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은 상위 5대암으로 꼽혔다. 특히 MM의 직접 의료비는 약 1200만 원으로 백혈병인 1800만 원에 이어 주요 암 중 두번째로 높다.

이러한 배경에는 급여가 가능한 치료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진단받은 MM 환자가 쓸 수 있는 치료법은 미국암종합네트워크 가이드라인(2017 NCCN)이 권고하는 14가지 중 2가지 요법(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에 불과하고,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는 27종중 5가지(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보르테조밉+독소루비신,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만 가능하다.

1차 요법으로 레날리도마이드, 카르필조밉, 익사조밉과 같은 약은 아직 사용할 수 없다. 2차 요법에서도 새로운 약제간 병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병용요법을 통한 생존율 개선효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환자 만족도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가 환자 및 가족 65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설문조사한 결과를 들여다 보면, 1차 치료에 대한 만족도 평가에서 전체 응답자의 40%가 '보통 이하'라고 응답했다.

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국내 다발골수종 보험 급여기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으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환자들이 점차 고령화됨에 따라 치료의 첫 관문인 1차 치료에서부터 복용 편의성이 좋고, 간병 부담이 낮은 치료제를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1차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른 치료제로 바꿀 수 없어 고전적인 치료를 받야야 한다. 환자들은 우리나라의 치료 환경이 반드시 다른 나라들과 동일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의 종류, 순서 등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정부가 제한된 치료제만 급여로 정한 이유는 약제비로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약제의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비용경제성 평가에서는 아직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연구도 같이 수행해야

때문에 외국에서는 보건경제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구(근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ASCO에 참석한 McGivney Global Advisors 소속 jennifer Hinkel 보건경제학자는 "제한적인 의료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앞으로 수행되는 연구는 환자의 경제적인 연관성(수입의 변화 또는 일자리 상실 등)을 포함시켜야 하며 나아가 암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사망, 생산성 저하 등의 사회적 비용 또한 혁신적 치료제를 쓰면 줄일 수 있다는 근거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은 "혈액암을 비롯해 모든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혁신적 신약의 접근성 문제는 항상 부딪혀왔다"며 "외국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 처럼 국내에서도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혁신적 투자의 가치가 생존율 개선은 물론 사회경제적 잇점이 있다는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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