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는 대체조제 반대 76.3%...'성분명 처방'에는 갸웃
병의협, 국민 설문조사 발표하고 '의약분업 미래위원회' 제안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 의무화와 약사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에 대해 다수 국민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자에게 약 조제 장소 선택권을 부여하는 '국민선택분업' 제도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찬성해, 향후 제도 개편 논의의 방향성을 시사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 주신구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 76.3% "동의 없는 대체조제 반대"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꼴인 76.3%는 의사나 환자의 동의 없이 약사가 동일 성분의 제네릭으로 대체조제하는 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은 16.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9%였다.

또한, 의사가 약 성분명만 처방하고 약사는 구체적인 제품을 결정하는 '성분명 처방'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 47.5%, 찬성 43.9%로, 반대가 소폭 우세했다. 반대 이유로는 △약 선택은 의사의 전문영역, △책임 소재 불분명, △제품마다 제형·효과 차이로 인한 환자 불안 등이 지적됐다.

주 회장은 "제네릭 사용 확대는 강제가 아니라 자율과 인센티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치료 연속성과 의료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건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이었다.

현행처럼 '처방은 병의원, 조제는 약국 체계를 고수'하자는 응답은 28.6%에 그친 반면, '환자가 원하면 병의원에서 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선택분업 찬성 의견은 67.3%로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고령층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일수록 선택분업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 회장은 "국민선택분업은 이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진료와 조제가 한 곳에서 이뤄지면 의사에게 직접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어 치료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분업 25주년, 중지 모아 제도 미비 개선해야 

주 회장은 이 같은 설문 결과는 기존의 의약분업이 현행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도 설계가 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 통보만으로 대체조제가 완료되는 방식은 약화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그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방식은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 강제 역시, 품질 신뢰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할 경우 국민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병의협은 국민선택분업의 도입을 제언했다. 국민선택분업은 환자가 병의원 또는 약국 중 원하는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 회장은 "선택분업은 약사의 직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 서비스 구조로의 전환"이라며 "의사와 약사 간 역할 충돌이 아닌,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선택분업이 △거동 불편 환자 편의 강화, △진료·복약 일원화로 서비스 만족도 향상, △약국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의료 형평성 확보, △중복 행정절차 축소 및 건강보험 재정 절감 등의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회장은 "의약분업 시행 25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되 자칫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역효과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약계가 대립을 넘어 환자 편익을 증진을 위해 지혜를 모은다면, 혁신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를 위해 △의약분업 전반에 대한 정책 평가 △전자처방전 표준화 △약 배달 안전기준 마련 △환자교육 강화 통한 약물 선택역량 제고 △각계 참여 '의약분업 미래위원회' 신설 등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