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대사의학연구회 이호준 간사(더베스트내과 원장)

심장대사의학연구회 이호준 간사(더베스트내과 원장))
심장대사의학연구회 이호준 간사(더베스트내과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20세기 후반 이후 인류를 규정하는 핵심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감염병의 퇴조와 대사질환의 급부상이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동시에 비만,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지방간질환과 같은 만성 대사질환이 건강과 수명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위험인자 중심의 질환 분류체계를 넘어, 기관 간 기능이상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하는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이는 만성 대사질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일차의료에서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현대인은 대사로 수명이 결정되는 '호모 메타볼리쿠스'

이 원장은 현대인을 대사와 생활습관에 좌우되는 호모 메타볼리쿠스(Homo metabolicus)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현대인은 전염병이나 전쟁보다 칼로리 과잉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대사 조절이상에 의해 삶의 질과 수명이 결정된다"며 "오늘날 환자의 예후는 감염이나 영양 결핍보다 죽상경화성 이상지질혈증, 인슐린 저항성, 내장 비만과 같은 대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대 심장학과 내분비학의 최전선은 바로 심장대사의학이라 할 수 있다. 치료의 패러다임 또한 질병의 치료에서 벗어나 조기 예방과 위험요인의 평생 관리로 옮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장대사의학연구회(이하 심대사연구회)는 이러한 시대적 맥락과 필요 속에서 2021년 3월에 출범했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치에 맞추는 차원을 넘어, 심혈관계와 대사체계가 회복력을 유지하며 기능을 보존하도록 하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삼고 일차 임상의료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 다기관 대사질환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유전적·후생유전적 요인, 염증 및 면역 조절, 장내미생물과 대사네트워크, 그리고 생활습관 개입까지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추구한다. 단기적 지표 개선을 넘어 장기적 회복능 증대와 건강수명의 연장이 최종 목표이다.

이 원장은 과학의 진보란 단기간에 전수될 수 있는 정밀한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의심과 직관이 층층이 쌓여 이룬 내적 사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조절 T세포의 존재와 기능을 규명하여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Shimon Sakaguchi 교수는 흉선을 제거한 생쥐에서 나타난 이상 면역 반응을 그 결과를 단순한 실험 오류로 치부하지 않고, 다른 연구자들이 외면한 반례 속에서 수년간의 실험과 검증을 실시했다"며 "인간을 수치로 환원하지 않고 삶의 서사로 이해하며, 데이터를 통해 삶의 질감을 느끼고 이를 통찰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는 데이터 해석가가 아닌 통합적 결정을 내리는 예술가

심장대사의학연구회 이호준 간사(더베스트내과 원장))
심장대사의학연구회 이호준 간사(더베스트내과 원장))

그가 작성한 심장대사의학연구회 선언문에는 이 같은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선언문은 "심장대사질환의 복잡한 궤적 속에서 몸과 마음을 잇는 생명의 질서를 탐구한다"며 "환자는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 회복의 담지자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수치로 환자를 이해해서는 안 되며, 임상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법을 설계·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사질환 진료 패러다임에 주요한 변화를 가져온 '심장-신장-대사 증후군(Cardio-Kidney-Metabolic Syndrome, 이하 CKM증후군)'을 들 수 있다.

CKM증후군은 2023년 미국심장협회(AHA)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서구에서 태동한 대사증후군 개념 중 하나다. 심장·신장·대사질환이 서로 연결돼 있고 환자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CKM증후군 치료는 단순한 LDL-C 조절을 넘어 임상의사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병합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원장의 주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6일 임상순환기학회추계학술대회에서 CKM증후군을 "팬텀 메타볼릭 신드롬"으로 표현하며, "스타틴을 아무리 잘 써도, 인플라메이션을 동반한 내장지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자는 여전히 사망위험에 노출된다"며 "이 경우 의사는 정교한 리스크 평가와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GLP-1 작용제, 라이프스타일 개선, 필요 시 비만수술까지 적극적인 병용 치료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KM증후군은 다기관에 영향을 미치며, 쉽게 발견되지 않은 여러 위험 요소가 동시 존재한다"며 "이를 다루는 임상의사는 단순 수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생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환자의 생리적 특성과 위험도를 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현직 정신과 전문의이자 하버드대학교 의료문화학 교수인 David S. Jones의 저서 'Broken Hearts: The Tangled History of Cardiac Care'의 번역본인 '상심: 우여곡절, 심장치료의 역사'를 발간하고 오는 19일 북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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