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신장-대사 증후군(Cardio-Kidney-Metabolic Syndrome, 이하 CKM증후군)’이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신흥 다학제질환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격상되고 있다.
CKM증후군은 2023년 미국심장협회(AHA)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서구에서 태동한 대사증후군 개념 중 하나다. 심장·신장·대사질환이 서로 연결돼 있고 환자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심장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등을 포괄하는 다학제 진료가 CKM증후군 관리의 핵심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혈관·신장·대사질환이 상호 연결돼 있다는 개념을 반영한 CKM증후군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심각한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조사돼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CKM증후군의 장기간 유병률 추세를 분석한 결과, 2011~2021년 가장 악화된 상태인 CKM증후군 4단계의 연평균 변화율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더불어 중국의 연구에서는 중년 및 고령층 10명 중 9명이 CKM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돼, 아시아 지역·인종에서도 CKM증후군의 관리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신흥 다학제질환으로 분류되는 CKM증후군의 정의·예방·진단·치료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CKM) Syndrome:
A Scientific Statement From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CKM) 증후군은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대사질환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병태생리를 형성하는 새로운 임상적 개념이다.
기존의 위험인자 중심의 질환 분류체계를 넘어서, 이 개념은 기관 간 기능이상이 상호의존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질환의 시간적 경과에 따른 진행 과정을 포함한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반영해 CKM증후군의 정의, 병태생리, 진단기준 및 임상적 접근법을 포함한 과학적 성명을 발표했다.
CKM증후군의 정의와 병태생리
CKM증후군은 대사이상, 신장 기능저하, 심혈관계 기능이상이 서로 연계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복합적인 질환이다.
인슐린저항성,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 혈관 내피세포 기능장애, 산화 스트레스 증가, 그리고 미세혈관 순환장애와 같은 기전이 핵심적인 병태생리로 작용한다.
이러한 병리학적 변화들은 개별 장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신적인 대사-심혈관-신장 축을 중심으로 상호 증폭작용을 하면서 전체적인 장기 기능저하로 이어진다.
CKM증후군 단계
AHA는 CKM증후군을 임상경과에 따라 총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 Stage 0(위험인자 없음 단계): 심혈관계, 대사계, 신장계 질환 관련 위험인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 Stage 1(기능이상 지방조직 존재 단계):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좌식 생활습관과 같은 위험인자가 존재하나, 명확한 장기손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 Stage 2(초기 대사이상 단계): 공복혈당장애, 고인슐린혈증, 대사증후군 등 명확한 대사 기능장애가 존재하지만, 주요 장기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변화가 시작되기 전 단계다.
· Stage 3(아형 질환 발현 단계): 심실비대, 사구체여과율 감소, 미세알부민뇨, 심박수 변동성 감소 등 경미한 수준의 심혈관계 또는 신장계 질환이 발생한 상태다.
· Stage 4(진단 확정 단계): 만성신장질환, 좌심실 수축기 기능저하, 심부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등이 명확히 진단돼 임상적으로 중증화된 상태다.
이러한 단계 구분은 환자 개개인의 질환 진행정도를 평가하고, 맞춤형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역학과 세계적 부담
CKM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만, 2형당뇨병, 고혈압을 동반한 인구군에서 발생위험이 높으며, 만성신장질환 및 심혈관질환과 높은 중복도를 보인다.
미국의 성인인구 중 약 25% 이상이 CKM증후군과 관련된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관련된 의료비 지출은 전체 의료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관 간 상호작용(interorgan crosstalk)
CKM증후군의 병태생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기관 간 상호작용, 즉 interorgan crosstalk이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은 간, 심장, 신장 등의 주요 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지방조직의 전신적 효과 외에도, 이소성 지방은 국소적으로도 염증 매개체를 생성하며, 특히 심장막이나 신장 주변에 침착될 경우 장기를 압박하여 손상시킬 수 있다. 이는 부정맥 유발, 심기능 저하,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고혈압, 혈압변동성 증가로 이어진다.
간에서의 인슐린저항성은 전신적인 대사이상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심장의 구조적 변형 및 기능저하가 초래된다. 신장의 나트륨 보유 기능항진은 혈압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혈류역학적 변화는 심장의 후부하를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좌심실 비대 및 심부전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상호 연결된 기관 간 병리학적 작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CKM증후군의 한 축을 구성하는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당대사 장애, 죽상경화성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을 포함하며, 이는 내피세포 기능장애, 죽상경화, 혈전생성, 심근손상, 섬유화, 심장재형성 등 다양한 병리적 결과를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대사증후군은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부정맥, 심부전 등 거의 모든 유형의 심혈관질환 발생을 촉발시킨다.
대사증후군은 인슐린저항성 상태에서 베타세포 기능부전으로 인해 2형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혈관 및 신장 질환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게 된다.
고혈당은 사구체 과여과와 고혈압을 유도하며, 이는 오랫 동안 신장손상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주요 혈역학적 기전으로 작용하며, 비만과 고혈압과 함께, 사구체 및 동맥 내피세포에 작용해 죽상경화 및 사구체경화증을 유발하게 된다.
고혈당은 염증 및 섬유화를 통해 신장과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일련의 세포내 과정들을 촉진해 세포 내 글루코스 대사변화는 최종당화산물(AGEs), 활성산소종(ROS), 단백질 키나제(kinase) C, JAK-STAT 경로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 유입과 염증 및 섬유화 인자의 지속적인 분비를 유도하게 된다.
CKM증후군 관리와 예방
생활습관 중재전략(Lifestyle Intervention)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은 CKM증후군의 예방 및 치료의 기초가 된다. 지중해 식단 및 고혈압 예방 식단은 체중감소, 혈압감소, 혈당조절, 지질수치 개선에 효과적이며 심혈관계와 신장계 보호에 있어 핵심적인 식이전략으로 권장된다.
또한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병행한 신체활동은 내장지방의 감소, 인슐린감수성 증가, 염증지표 개선 등 다양한 대사이점을 유도한다.
약물치료(Pharmacologic Therapies)
· GLP-1수용체작용제(GLP-1RA): 체중감소, 혈당조절,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있으며 최근 연구들에서는 신장기능 보존효과까지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임상연구로는 LEADER, REWIND, SUSTAIN-6 연구가 있다.
· SGLT-2억제제(SGLT-2i):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 입원율 감소, 신장 기능악화 지연효과가 입증됐으며, 혈당강하 외의 다면적 효과로 인해 비당뇨병 환자에서도 치료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 RAS억제제(RASi):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는 고혈압, 단백뇨, 좌심실 비대, 신장 기능저하 환자에서 1차 선택약물로 사용된다.
· 스타틴 계열: 이상지질혈증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핵심약제로, CKM증후군의 모든 단계에서 사용이 고려된다.
·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작용제(MRA): 새로운 비스테로이드성 약물인 피네레논(finerenone)은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및 신장 보호효과를 보였다.
다학제 통합진료(Multidisciplinary Care)
CKM증후군은 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복합질환이다. 특히 3단계 이상의 환자에서는 질환별 전문진료뿐 아니라 환자 개인의 전반적 위험인자
조절, 기능평가, 장기보호를 위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Kidney Failure Risk Equation, ASCVD Risk Score와 같은 평가도구를 이용해 환자의 진행위험을 정량화하고, 이에 따라 진료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인구집단
· 소아 및 청소년: 최근 비만과 2형당뇨병의 조기발병 증가로 인해 어린 연령대에서도 CKM증후군의 초기 단계가 관찰되고 있으며, 조기개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노인: 노인의 경우 다질환 상태와 신장 기능 감소가 흔하며, 약물 간 상호작용 및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약물선택 및 용량조절이 요구된다.
·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및 소수 인종: 의료 접근성 부족, 교육수준, 생활환경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보건 정책차원의 개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임상적 적용 및 앞으로의 과제
CKM증후군 개념은 예방의학, 공중보건, 개인 맞춤형 치료전략을 통합하는 새로운 질환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향후 연구 및 임상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전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선별검사 도구의 개발
· 전자건강기록 기반의 위험 예측 알고리즘 개발
·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진행 위험분석 및 맞춤치료 추천 시스템 개발
· 다학제 협진 시스템의 표준화 및 보험 연계 진료모델 구축
CKM증후군은 단일 장기 질환 중심의 기존 접근방식을 넘어, 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병태생리를 반영한 새로운 임상개념이다. 예방적 개입, 조기진단, 통합치료전략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심혈관계 및 신장계 예후를 개선하는 것이 본 개념의 핵심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