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논의 에포프로스테놀 도입, 코로나19로 중단 후 제자리
국내 환자들 치료제는 있는데 못 쓴다···국내 도입 및 급여 서둘러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폐동맥고혈압(PAH)의 주요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의 국내 도입 논의가 6년 전 있었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유연화와 패스트 트랙 적용 등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폐동맥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전남의대 김계훈 교수는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무기가 있음에도 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30년 전 미국에서 승인된 에포프로스테놀과 지난해 미국에서 혁신 신약으로 승인된 소타터셉트(Sotatercept) 등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들이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에포프로스테놀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으며, 소타터셉트는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대상으로 국내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은 "6년 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핵심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당시 이 문제가 주목을 받으며 도입 논의가 이뤄졌으나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에포프로스테놀 제품으로는 GSK의 플로란과 얀센의 벨레트리가 있다. 정 회장은 "한국에서 GSK와 얀센이 같은 건물에 있는데,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라도 국내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진단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 수는 3000명이 채 되지 않으며, 인구 비례로 추정해도 약 6000명 규모로 수익성이 낮아 도입이 어렵다. 급여 후 지속적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국내 약가 정책도 글로벌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제약사의 국내 진출을 꺼리게 만든다.
정 회장은 "이들 치료제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ICER 유연화와 급여화 패스트 트랙 등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측은 폐동맥고혈압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치료제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약사의 시장 진출 및 급여 신청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지난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위험분담제 도입, 혁신 신약의 ICER값 상향,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등을 통해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하지만 제약사의 허가 신청 없이 정부의 노력 만으로 등재와 급여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김형민 신약관리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제도 개선은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도 연계돼 있어, 정책적 연계가 필요하다"며 "치료적 요구와 선별 등재 제도의 취지 사이의 형평성,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충남대병원 박재형 교수는 "감기약을 달라고 하는 환자들에게 '감기약을 먹으면 일주일 앓고, 감기약을 먹지 않으면 7일 앓는다'고 말하곤 한다"며 "많은 사람이 앓고 약가가 낮은 경증질환 치료제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보다, 고가약이 절실히 필요한 희귀난치질환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