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전문가 '생존율 높이려면 약제 도입과 급여화 필요
학회 정욱진 회장 "약가 제도 개편·패스트트랙 적용해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희귀난치질환인 폐동맥고혈압의 주요 치료제가 여전히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기 강력한 병용요법을 실시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신약 도입과 급여 적용에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의 일종으로 폐소동맥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진행성 질환으로 돌연사를 부르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이다. 주로 40대 후반 여성(80.3%)에서 발생하며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2~3년 내 사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러움 등이며 질환이 진행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폐기능이 떨어진다.
발제를 맡은 서울의대 김기범 교수는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혈압이 올라가는 폐순환계 질환으로 폐동맥압 20mmHg 이상에서 진단되며,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 중 3%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라며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폐동맥과 연결된 우심실부전으로 이어져 심장돌연사를 부를 수 있으며, 생존율이 낮고 완치가 어려워 '순환기계의 암'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동맥고혈압 환자의 국내 5년 상대생존율은 71.8%로 전체 암 평균인 72.8%(2020년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며, 미국·영국은 물론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90%)과 대만(78%)보다 낮다.
김 교수는 국내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 제고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을 통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자 수는 약 6000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발견된 이들은 2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증상이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유사해 조기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0년 이상 장기생존이 가능함에도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단 방랑'을 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며 "특히,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를 위한 전문센터의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인 '파랑새' 윤영진 대표는 환자들의 낮은 삶의 질을 호소했다. 윤 대표는 "진단 후에는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운 시장보기 등의 외출도 어려워진다"며 "15m 횡단보도를 걷는 것이 일반인들이 60m 질주와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치료약의 도입과 급여화를 통한 치료 접근성 개선을 촉구했다.
윤 대표는 "도입 및 급여화된 치료제가 많지 않아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정맥 주사 외 대안이 없다"며 "접근성과 복약순응도가 높은 치료약을 도입하고, 해외처럼 병합요법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은 약제의 신속 등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5년 생존율이 46%에서 96%까지 올랐다"며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13종 중 8종, 17개 제형 중 10개 제형만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에포프로스테놀은 해당 질환의 핵심 치료약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허가된 지 30년이 지나도록 한국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며 "6년 전 도입이 논의됐으나, 코로나19(COVID-19)로 정지된 후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약가 제도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판매를 꺼리고 있는데, 제약사를 찾아가서 1인 시위를 할 생각도 있다"며 "미도입 약제를 대상으로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탄력 적용, 심사와 허가까지 패스트 트랙 적용 등의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폐동맥고혈압의 질병코드 분리, 전문질환군으로 분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