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치사로 승부수 던진 온코닉테라퓨틱스 네수파립, 임상2상 진입
임상1상 포기 현대바이오 폴리탁셀 전략 재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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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5년 생존율 10%. 

췌장암 정복을 위한 국내 제약업계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혁신 기전으로 주목받는 합성치사 표적치료제는 임상2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둔 반면, 기존 접근법은 한계를 드러내며 전략을 재편하는 사례가 동시에 나왔다.
 

합성치사 혁신 VS 전통 접근법 한계

최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차세대 합성치사 이중표적 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같은 날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두 회사의 상반된 행보는 췌장암 신약 개발의 복잡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혁신 기전을 바탕으로 한 접근법은 성공을 거두는 반면, 기존 방식의 개선은 한계에 부딪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네수파립이 주목받는 이유는 합성치사 원리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네수파립은 Tankyrase와 PARP를 동시 억제하는 차세대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로,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자체 개발 중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혁신 신약이다.

합성치사는 두 개의 유전자가 각각 손상됐을 때는 세포가 생존하지만, 동시에 손상되면 세포가 죽게 되는 현상을 이용한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어 차세대 표적치료제로서의 핵심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네수파립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개발 과정에서 여러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신속심사승인이나 임상2상 결과를 기반으로 한 조건부 허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와 달리 현대바이오의 결정은 췌장암 신약 개발의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현대바이오는 임상1상 자진취하의 이유로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투여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변경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된다. 폴리탁셀은 현대바이오가 무고통 항암제로 개발해온 차세대 항암제로, 대표적인 항암화학요법인 도세탁셀을 고분자 기반 첨단 약물전달체(DDS)에 탑재한 물질이다.

기존 연구에서 췌장에 도달한 약물 농도가 혈액 대비 최고 7.5배에 달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단독요법보다는 병용요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 췌장암 신약 임상1상을 취하하는 대신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 페니트리옴과 표준 항암화학제 젬시타빈의 병용요법에 주력할 방침이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차세대 기전에 쏠리는 관심

온코닉테라퓨틱스와 현대바이오의 도전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췌장암 치료제 시장이 있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상당한 성장을 전망한다. DataM Intelligence는 글로벌 췌장암 치료제 시장이 2024년 50억 9000만달러(한화 약 7조 633억원)에서 연평균 7.4% 성장해 오는 2033년 96억 5000만달러(약 13조 3912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는 같은 기간 동안 33억달러(약 4조 1631억원)에서 106억 9000(약 14조 8344억원)만달러로 연평균 15.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MSD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164개 약물이 전임상 단계에, 233개가 초기 임상 단계에 있고, 29개가 임상3상, 11개는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의 파이프라인도 혁신 치료 기전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한계 극복을 위해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병용요법, 개인 맞춤형 치료법 등 다각도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파이프라인에서는 PARP 억제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는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으로 BRCA 1/2 변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이 진행 중이며, 상동재조합 결핍이 있는 전이성 췌장암에서는 린파자 단독요법으로 6개월 무진행생존(PFS) 50%, 객관적 반응률(ORR) 20%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제넨텍이 개발한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 아우토진 세부머란도 임상1상에서 지속적인 면역 활성을 유도하는 등 차세대 면역요법으로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췌장암 신약 개발은 새로운 혁신 기전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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