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
"골흡수 억제제는 뼈 미세구조 개선에 한계…골형성 촉진제가 회복시킬 수 있어"

▲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
▲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골다공증은 골량 감소와 뼈 미세구조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전신적인 골격계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에는 골량을 측정하는 골밀도(BMD) 검사를 활용한다. 하지만 BMD는 뼈 미세구조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에 따라 BMD 검사를 보조할 수 있는 도구로 해면골점수(TBS)가 주목받는다. TBS를 활용하면 골밀도 스캔과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뼈 미세구조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TBS를 평가지표로 설정해 골다공증 치료제가 뼈 미세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주요 골다공증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골절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치료결정을 내리기 위한 보조도구로 TBS를 활용하도록 권고한다.

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는 BMD만 사용했을 때보다 TBS를 함께 활용해 뼈 미세구조도 확인하는 것이 골다공증 환자의 치료전략을 결정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뼈 미세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열린 대한골대사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찾은 McClung 교수를 만나 뼈 미세구조 개선 관점에서 골다공증 치료전략을 물었다. 그는 미국 오리건 골다공증센터를 설립해 현재 명예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제골다공증재단, 미국골다공증재단 등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 골다공증 진단 및 치료에서 TBS의 유용성은?

현재 진료현장에서는 BMD를 골다공증 진단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하지만 TBS도 함께 참고한다면 더 많은 골절 위험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치료전략을 결정할 때 중요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BMD와 TBS는 용도와 기능이 다르기에, 지금처럼 BMD만 사용하는 것보단 TBS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 골다공증 치료제가 뼈 미세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골다공증 치료제인 골형성 촉진제가 뼈 미세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미국골대사학회지 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2월호에 실린 ARCH 임상연구의 사후분석에서 골형성 촉진제인 로모소주맙(제품명 이베니티)이 뼈 미세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결과에 따르면, 로모소주맙 투약 시 TBS가 증가해 뼈 미세구조가 개선됐음을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모소주맙을 12개월간 투약한 이후 알렌드론산으로 전환했을 때 로모소주맙으로 형성된 뼈 미세구조 개선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로모소주맙은 체내 골형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스클레로스틴을 표적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골형성 스위치를 다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해 새로운 뼈 형성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교해 2023년 발표된 FREEDOM 오픈라벨 확장연구에서는 골흡수 억제제 데노수맙(프롤리아) 치료 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TBS가 일정 수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노수맙 치료 시작 전 환자 뼈에서는 골흡수가 증가하면서 다수 골이 파괴돼 생기는 작은 구멍을 관찰할 수 있다. 이 공간을 새로운 뼈 생성으로 메워야 하는데, 데노수맙은 일부 뼈가 파괴되며 생기는 작은 구멍을 채우는 정도의 효과만 나타났다.

이와 달리 골형성을 촉진하는 로모소주맙은 ARCH 사후분석에서 TBS 점수 개선 폭이 유의하게 더 크게 나타났다. 

▲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
▲호주 가톨릭대 Michael Roy McClung 교수.

- 뼈 미세구조 개선을 위해 골형성 촉진제를 먼저 사용해야 하나?

그렇다. 뼈 미세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치료전략이다. 골흡수 억제제는 뼈 미세구조 개선 효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예로,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 등은 골흡수 억제제에 해당하지만 '골재형성 억제제'로 보는 의견도 있다. 골흡수 억제와 동시에 새로운 골형성도 억제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뼈 미세구조를 회복하는 골형성 촉진제를 빠르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임상내분비학회·내분비학회(AACE·ACE) 가이드라인에서는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을 정의하며, 1차 치료제로 골형성 촉진제 사용을 권고했다. 환자의 뼈 미세구조가 이미 손상됐다면 골형성 촉진제가 이를 유일하게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골형성 촉진제는 골흡수 억제제보다 골밀도 증가 폭이 크고, ARCH와 FRAME 등 연구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기존 약제보다 골절 위험을 더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게다가 골흡수 억제제를 먼저 사용하고 골형성 촉진제를 투약하면 기대할 수 있는 골형성 효과가 상당히 감소한다. 골형성 촉진제의 골형성 효과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가능한 초기에 사용해야 한다.

- 한국은 급여 기준상 골다공증 골절 초위험군에게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골흡수 억제제를 먼저 사용한 후 효과가 미흡하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이 어려울 때 골형성 촉진제를 투여하는 방식은 약제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환자가 기대할 수 있는 골밀도 증가 폭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실제 골절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한국 급여 기준은 아쉬움이 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처럼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제를 먼저 투약한 이후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때 다른 약제를 추가하는 계단식 치료전략은 골다공증에서 적절한 접근법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에서도 골형성 촉진제를 초기에 우선 사용한 이후 골흡수 억제제로 새롭게 형성된 뼈를 유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비용 문제만 아니라면 골다공증이 있거나 골절 위험이 높은 환자는 골형성 촉진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2년 내 관련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개정을 통해 골형성 촉진제의 적응증 및 사용 가능 환자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의 의료진과 골다공증 환자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골다공증 치료는 장기전임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골다공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초기 단계에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치료 순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보단 데노수맙 계열 제제를 우선 고려하고, 골흡수 억제제보단 골형성 촉진제를 먼저 사용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골다공증은 발생 후 치료하는 것보다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질환이다. 이를 위해 모든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BMD 검사를 시행하고, 골다공증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조기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