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관리실장 "환자 간 형평성 문제, 처방 왜곡 등 우려"
임상 현장 혼란 최소화할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자료 지침 개정도 추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8일 원주 본원에서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8일 원주 본원에서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적응증별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IBP)' 도입 주장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심평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8일 원주 본원에서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항암제 등에서 허가 이후 적응증 추가 및 등재 이후 급여 확대가 증가 중이다. 이처럼 2개 이상의 적응증을 가진 다적응증 약제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적응증별 약가제도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현행 제도는 적응증의 수와 관계없이 단일 상한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적응증 별로 비교약제 및 대체약제 가격수준이 상이하고 임상적 효과가 다른 만큼 적응증별로 가격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경우 단일 약가 정책으로 인해 두경부 편평세포암 1차, 신세포암 1차, 직장암 1차 등 적응증에 국내 등재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BP를 도입해 적응증 간 차별 없이 혁신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프랑스·호주·스위스 등에서는 IBP를 시행 중이다. 스위스와 벨기에는 적응증별로 환급률을 달리하는 '환급률 차등 적용' 방식을, 프랑스와 일본은 적응증별 약가를 종합해 가중평균가 적용하는 '적응증 가중평균가'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호주는 양쪽 방식을 모두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제도와 유사한 가중평균가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은 IBP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비쳤다.

김 약제관리실장은 "적응증별로 약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의 적절성 및 실제 적용 가능성을 고려 중이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간 형평성 문제, 처방 왜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가중평균가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데이터 수집 방법, 약가 설정 방식, 사후 관리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평원은 대신 항암제 병용요법의 급여 적용 범위를 넓혀 신약 항암제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실제 지난 5월 보건복지부 고시 및 6월 심평원 공고를 통해 기존 항암제에 새로운 항암제를 병용하는 경우, 기존 항암제에 급여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다만, 신약 간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비용 증가가 크기 때문에 임상적 효과 개선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 급여가 가능하다. 또 병용요법 약제의 제약사가 다를 경우, 양쪽 모두 급여확대 의사가 있어야만 급여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급여 전제 아냐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이 대상 약제의 급여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김 약제관리실장은 "해당 시범사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심평원-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토과정을 동시에 진행해 급여 등재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며 "대상 약제는 생존 위협 질환에서 대체 치료법이 없고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를 선정하지만, 이것이 곧 급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시범사업 1호 약제 중 하나인 빌베이가 지난 4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 판정을 받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신청자료에 근거해 약제를 선정하지만, 이후 허가 및 급여평가 과정에서 변경사항이 발생하거나 보완자료가 제출된 경우 추가 검토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사가 보다 완결성 있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간접비교 지침 등 객관적 자료 생성의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약제관리실장은 "신약의 임상연구가 단일군으로 수행됐거나, 대체약제와의 직접비교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타당성을 갖춘 간접비교를 통해 도출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심평원은 지난해 '간접비교 지침 개정 연구'를 수행하고, 지난 2월 최종 연구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고 밝혔다. 

연구보고서에는 간접비교 분석 수행 및 보고 방법을 포괄하는 지침 개정안이 제시돼 있다.

그는 "5월 초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초안을 마련했으며, 올해 안에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제약사 제출 자료의 품질과 충실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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