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심혈관질환 예방의 새로운 전략인 백신 접종' 성명 발표
감염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백신 접종 효과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백신 접종은 특정 감염질환뿐만 아니라 고위험군의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데 학계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럽심장학회(ESC)는 유럽예방심장학회(EAPC), 급성심혈관질환치료협회(ACVC), ESC 산하 심부전협회(HFA)와 공동으로 '심혈관질환 예방의 새로운 전략인 백신 접종' 성명을 발표, 구체적 내용을 EHJ 6월 30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했다.

ESC 회장이자 이번 성명의 수석 저자인 스위스 취리히대학병원 Thomas F. Luscher 교수는 "인플루엔자 감염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높이고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며 "최근 다른 호흡기 감염도 심혈관질환 이환율 및 사망률 증가와 연관됐다는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백신 접종으로 어떻게 감염을 예방하면서 감염에 취약한 이들의 MACE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 전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질환의 상당한 부담을 줄이려면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근거는 기존에 확립된 다른 예방전략과 함께 백신 접종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감염뿐 아니라 심혈관계 사건 예방에 중요

성명에서는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감염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안전성 우려에 관해 중증 이상반응은 10만명당 10명 미만에서 드물게 나타나고, 고령보단 젊은 성인에게서 흔하게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중증 이상반응에는 심근염과 심낭염 등이 있으며, 아나필락시스, 면역혈소판감소증, 뇌염/수막염 등도 드물게 보고된다.

백신 접종 후 수주 이내 흉통 등 심장증상이 나타나 심근염이 의심된다면, 심전도 검사, BNP 또는 NT-proBNP 검사, 심초음파 검사 등을 수행하도록 주문했다. 혈역학적으로 안정됐고 심장손상을 시사하는 이상 소견이 있다면, 심장 MRI를 수행하도록 조언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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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성명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접종해야 할 백신을 기존 가이드라인 및 보건당국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먼저 2021년 ESC 급성 및 만성 심부전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했다. 특히 심부전과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안전성을 입증해, 안정형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는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2025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관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금기사항이 없다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사망 및 MACE 위험 감소를 위해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장했다.

ESC는 "여러 메타분석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급성 심근경색 감소와 심부전 환자의 예후 개선, 65세 이상 성인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관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한 모든 환자에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특히 입원 기간에 백신 접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저하 없는 고위험·심부전 환자,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미국과 영국 보건당국은 65세 이상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성명에서는 65세 이상이거나 65세 미만이면서 고혈압을 제외한 만성 심혈관질환 환자 등 면역저하가 없는 고위험군에게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아울러 ESC는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심부전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도록 주문했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안은 어느 정도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PCV13)과 다당류 백신(PPSV23)을 순차접종하거나 특정 질환 환자라면 PPSV23만 접종받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1회 접종만으로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폐렴구균 백신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PCV13과 PPSV23을 병용해 접종하면 PPSV23 단독 접종보다 높은 면역반응을 얻을 수 있다. 또 이전 순서로 접종한 경우 PCV13을 접종하고 마지막 PPSV23 접종 후 최소 5년이 지나 PPSV23을 재접종해야 한다. 이후 재접종 필요성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재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심혈관질환 환자도 일반인 권고안 따라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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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가에서는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다만 코로나19 RNA 백신을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권장해야 할지와 위험 대비 혜택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성명에서는 심혈관질환 환자는 나이, 성별, 동반질환과 관계없이 일반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안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동반질환이 있는 65세 이상 환자, 특히 심부전과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또는 기타 면역저하 환자에게는 예방 접종을 더 강하게 권고했다.

단, 젊은 성인은 고령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심근염 발생 위험이 크고 젊은 남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며 안전성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심근염 유병률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ESC는 "코로나19로 인한 심근염 발생 위험이 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보다 6배 높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며 "중증 사례가 드물게 보고되지만, 대부분 경미하고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또는 대상포진 등 백신에 관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13만여명을 대상으로 RSV 백신 관련 DAN-RSV 연구가 진행 중으로, 성명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심혈관질환 예방 위한 네 번째 요소로 '백신 접종' 고려해야

성명에서는 백신 접종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핵심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C는 "백신 접종은 감염 및 후유증 예방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항고혈압제, 지질저하제, 항당뇨병제와 함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네 번째 핵심 요소로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제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개념을 뒷받침한다. 관상동맥질환과 심부전 등 MACE 위험이 큰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성명에서 언급한 백신 외에는 더 많은 근거가 쌓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ESC는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 폐렴구균 등 백신 접종의 혜택에 대한 근거는 확실하지만, 다른 백신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또 일반적인 심혈관질환과 달리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관상동맥질환 또는 심부전을 제외한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백신 접종에 관한 추가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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