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공급망 내재화 정책 유지···제약 생산 중심축 재편 의지
빅파마 규제 강화하는 중국···고강도 규제 돌입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글로벌 제약산업이 변곡점에 섰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제약산업 패권을 두고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며 판도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제약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정책을 트럼프 정권에서도 유지하며 의약품 생산 중심축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달리 중국은 빅파마의 규제를 강화하며 시장 봉쇄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강대국의 패권 싸움이 향후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 모인다.
'공급망 내재화' 미국···본토 내 의약품 생산 능력↑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 내재화에 나선다. 미국 본토 내 의약품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2023년 11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의약품 공급망 내재화 및 투자를 위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정책은 미국 내 제약, 바이오, 원료의약품 제조 강화를 비롯해 공급망 안정성 제고, 해외 의존도 완화 등 장기 구조개편이 목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주요 의약품 부족 사태 등으로 인해 중국, 인도 등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등 미국 내 의약품 생산 중요성이 부각된 바 있다.
이에 미국보건복지부(HHS)를 중심으로 35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 의약품,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인프라 구축 및 확장을 지원키로 했다.
당시 HHS는 "국내 제조 기반을 강화해 의약품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떤 공급망 혼란 상황에서도 국민 건강과 안보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큰 방향 전환 없이 미국 내 공급망 및 제조 역량 강화를 틀 내에서 정책이 연속성을 가질 전망이다.
사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바이오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들의 '미국 현지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중국, 빅파마 규제 강화···시장 봉쇄 본격화
중국은 미국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제약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글로벌 제약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고강도 규제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의약품 허가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외국계 신약의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보험급여 협상 과정에서의 약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의 중국 내 영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그동안 거대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으로 기회의 땅이라 불리던 중국 시장이 이제는 고강도 규제와 약가 인하 압박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중국 내 신규 임상시험이나 신약 허가 신청 속도를 늦추거나,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중국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바이오, 위기일까 기회일까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방식으로 글로벌 제약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만큼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미국은 국내 기업의 진출 및 현지화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고 평가된다.
미국 현지 생산, 연구개발 역량 강화, 현지 인력 확보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면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미국 현지화에 필요한 비용, 현지 인력과 기술 확보의 어려움 등은 지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동안 중국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활발하게 시장 진출을 해왔던 국내사들은 이제 중국 현지 임상시험, 생산 등에서 리스크 분산을 위한 전략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시장 봉쇄 정책을 유지한다면 매력도가 떨어지는 만큼, 보다 안정적인 시장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