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 비만한 조현병 환자 대상 세마글루타이드 효과 분석
체중 증가 등 유발하는 클로자핀 처방해도 36주차 체중 13.88% 감소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가 클로자핀을 처방받는 조현병 환자에서 위약 대비 안전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연구였지만, 심장대사질환 위험이 높은 조현병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Dan Siskind 교수 연구팀은 비만한 조현병 환자 중 클로자핀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비 세마글루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분석하는 임상2상 COaST 연구를 진행했다.
조현병 환자는 평균적으로 일반인 대비 수명이 16~20년가량 짧은데, 이는 대부분 심장대사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다.
클로자핀은 치료 저항성 조현병에 가장 효과적인 항정신병제지만 체중 증가 및 대사 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는 일반인에게 처방했을 때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와 안전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클로자핀을 처방받은 조현병 환자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처방한 세마글루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COaST 연구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을 대상으로 무작위, 위약 대조, 다기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제약사의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실제 조현병 병력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 방법을 개발했다.
6개 지역에서 모집한 18~64세 성인 환자를 무작위 1:1 배정해 주 1회 피하투여(SC) 제형 세마글루타이드 2.0mg 혹은 위약을 투여했다.
연구 대상에는 조현병이나 분열정동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하면서 클로자핀을 18주 이상 처방받았고, 체질량지수(BMI)가 최소 26kg/㎡ 이상이면서 최근 3개월 동안 체중 증가 혹은 감소율이 5% 미만인 환자가 선정됐다.
연구 1차 목표점은 연구 시작 시점부터 36주차까지의 체중 평가 변화 비율로 정해졌다.
2차 목표점에는 클로자핀과 노르클로자핀 농도, 조현병 증상 평가척도(PANSS)에 따라 평가한 정신질환 증상 등이 포함됐다.
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받은 166명 중 최종적으로 135명이 제외됐다. 나머지 31명은 세마글루타이드군(15명)과 위약군(16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남성은 21명이었고 평균 나이는 38.9세였다. 두 군에 배정된 모든 환자는 1차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84%가 백인, 7%는 인도 아대륙인, 3%는 인도 아대륙을 제외한 아시아인, 3%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혹은 토레스 해협 제도 출신, 3%는 뉴질랜드 마오리 혹은 태평양 제도 출신이었다.
해당 연구는 2022년 8월 30일부터 모집을 시작했으나 임상용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목표치인 80명에 도달하지 못하고 2024년 6월에 중단됐다.
중단 전 분석 결과, 36주차에 세마글루타이드군의 체중 감소율은 13.88%로 위약군 0.42%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P<0.0001).
클로자핀이나 노르클로자핀 농도, PANSS 점수에서 두 군 간 차이는 없었다.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변비 발생률도 낮았다.
Siskind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조현병 증상이나 클로자핀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안전하고 내약성이 뛰어난 것으로 보고된 만큼, 이번 연구는 추가적인 대규모 확인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The Lancet Psychiatry 7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