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사용 선언 등 한의사 의과영역 침탈 행위 지적
토론회 통해 한의계 주장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사회적 합의 이뤄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한방난임지원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한의약 처방에서 중금속 약재 사용의 안전성 등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공동 개최하자고 대한한의사협회에 제안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8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특위 박상호 위원장은 "현재 한의사 단체 및 일부 한의사들이 초음파 검사 및 엑스레이 촬영, 혈액검사, 의과의약품 사용 등 명백한 의과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를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직역의 혼란을 넘어 무면허 의료행위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기기 사용 선언이었다.
한특위 이재만 부위원장은 "최근 수원지방법원이 한의사의 X-선 골밀도 측정기 사용에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해당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일 뿐,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장비 사용을 합법화하거나 정당화한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가 이를 왜곡·확대 해석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한방난임치료 확대 역시 위험성이 지적됐다.
이 부위원장은 "과거 보건복지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를 받은 여성의 임신율은 약 14.4%로 자연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문제는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2%가 유산을 경험했다는 점으로, 이는 일반적인 유산율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방제제의 특성상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이 부족해 모체와 태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방난임치료의 객관적인 연구와 자료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지원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리도카인·스테로이드 등 한의사의 무분별한 의약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 한의협이 한의사의 치매 진단서 및 소견서 발급 권한을 요구한 점도 의과 영역 침해 행위로 지적됐다.
이에 한특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면허 체계 확립 및 의료 전문성 유지를 위해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한의협에 공식 제안했다.
주제는 △한방 난임지원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한의약 처방에서의 중금속(납·수은) 약재 사용 안전성 △한의대와 의대 교육과정의 비교 검토 △한방 진단서의 법적 효력 및 공신력 문제 등을 제안했다. 한의계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자는 취지다.
이 부위원장은 "이제 의과와 한방은 소모적 분쟁을 그만두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제자리를 찾아 가야한다"며 "한의계가 주장하는 내용들의 과학적 근거, 법적 타당성, 안전성 등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니 한의협은 이를 꼭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특위는 정부의 한의학 지원정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복지부는 한의약 육성법을 근거로 지난달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며 "정부가 2006년부터 종합계획을 수립해 약 20년간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했지만, 아직도 한방의 표준화와 과학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