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전은성 교수팀, 췌장암 환자 세포외기질과 생존 관련성 분석
KRAS G12V+ 췌장암 환자, 면역세포 분포 활발…면역치료 효과 증가 기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전은성·김송철 교수(간담도췌외과), KAIST 최정균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전은성·김송철 교수(간담도췌외과), KAIST 최정균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국내 연구팀이 예후가 좋지 못한 췌장암에서 면역치료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특정 유전자 변이 패턴을 발견했다.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전은성·김송철 교수(간담도췌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정균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연구팀은 췌장암 종양미세환경을 분석해 면역세포 숫자와 환자 생존율 간 연관성을 살폈다. 

그 결과 면역세포 수가 많으면 환자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역세포 분포는 췌장암을 유발하는 주요 유전자 변이인 KRAS 하위 유형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KRAS 유전자 변이 유형에 따른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면 췌장암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췌장암은 타 암종 대비 치료 저항성이 높아 완치율이 낮은 암종으로 꼽힌다. 이는 암세포 주변에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이 과도하게 쌓이는 종양 섬유화와 관련이 있다. 

종양 섬유화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돼 발생한다. 섬유아세포가 세포외기질을 분비해 대량 축적되면서 장벽을 형성하는 현상을 뜻한다.

연구팀은 췌장암 종양미세환경 정밀 분석을 위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17명의 종양조직을 대상으로 다중형광 면역화학조직염색을 진행했다. 면역세포 분포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면역세포가 종양 부위(7.18%)에 비해 세포외기질 부위(27.75%)에 약 3.8배 높은 빈도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췌장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종양 주변인 세포외기질에 모여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런 면역세포 중 T세포가 많을수록 환자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T세포가 많을수록 세포외기질 침착도 비례해 증가했으나, 세포외기질 밀도가 약 40% 이상 증가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T세포가 급격히 감소하는 특정 지점이 발견됐다.

전장엑솜분석을 통해 세포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런 T세포의 분포 변화는 췌장암 유전자 변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KRAS 변이 하위 유형인 G12D 변이와 비교하면 G12V 변이+ 종양에서 T세포가 더 활발히 분포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KRAS 유전자변이를 유도한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T세포의 활성 감소와 관련한 인자도 확인했다.

전은성 교수는 "KRAS 하위 유형 중 G12D 변이와 G12V 변이 비율은 약 2:1 수준이지만 그간 G12V 변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했다"며 "KRAS G12V를 발현하는 췌장암 환자군에서 면역세포가 더욱 활발히 분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치료 전략을 적용하면 췌장암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송철 교수는 "췌장암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지만, 지난 10년간 5년 생존율이 2배가량 증가할 만큼 치료기술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췌장암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캔서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보건복지부 질환유효성평가센터 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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