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심장학회·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 17~1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
CETP 억제제, HDL-C 높이지만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입증 실패
오비세트라핍, LDL-C·ApoB 등 낮추면서 HDL-C도 높이는 약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CETP 억제제가 기사회생했다.

CETP 억제제는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입증에 실패하고 안전성 문제가 확인되면서 상업화 포기 등 부침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CETP 억제제 오비세트라핍이 LDL-콜레스테롤과 아포지질단백질B(ApoB), 지질단백질(a)(Lp(a)) 등을 상당히 낮추면서 HDL-콜레스테롤도 높이는 것으로 조사돼, CETP 억제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는 17~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APSC)·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CETP Inhibition Revisited: Shifting Focus from HDL-C to LDL-C in the Battle Against Atherosclerosis'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는 17~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APSC)·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CETP Inhibition Revisited: Shifting Focus from HDL-C to LDL-C in the Battle Against Atherosclerosis'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순환기내과)는 17~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APSC)·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CETP Inhibition Revisited: Shifting Focus from HDL-C to LDL-C in the Battle Against Atherosclerosis'을 주제로 발표했다. 

HDL-C 높이는 CETP 억제제 연이어 '실패' 

HDL-콜레스테롤은 오랫동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며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고 인식됐다. CETP 억제제는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기전으로,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CETP 억제제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입증하지 못하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화이자가 개발하던 톨세트라핍은 ILLUMINATE 연구에서 HDL-콜레스테롤을 높이고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등 위험 증가가 나타나 안전성 문제로 연구가 조기 종료됐다. 

로슈 달세트라핍은 Dal-OUTCOMES 연구에서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LDL-콜레스테롤은 큰 변화가 없었고 심혈관계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MSD가 개발에 나섰던 아나세트라핍은 REVEAL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 감소·HDL-콜레스테롤 증가와 함께 ApoB·Lp(a) 감소가 나타났고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도 감소했다. 하지만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더해 지방조직에 약물이 축적돼 반감기가 연장된다는 안전성 문제에 따라 개발이 중단됐다.

천대영 교수는 "CETP 억제제 임상연구가 실패하면서 학계는 HDL-콜레스테롤을 타깃하기 보단 LDL-콜레스테롤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PCSK9 억제제, siRNA 치료제뿐 아니라 중성지방을 낮추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HDL-콜레스테롤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비세트라핍, ROSE·ROSE2 임상2상 호성적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

연거푸 쓴맛을 봤던 CETP 억제제는 오비세트라핍 등장으로 반전을 맞았다. 오비세트라핍은 암젠이 개발을 포기했지만 뉴암스테르담 파마가 2017년 판권을 사들인 약물이다. 

그동안 CETP 억제제가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에 주목했던 것과 달리, 오비세트라핍은 LDL-콜레스테롤과 ApoB 등을 낮추면서 HDL-콜레스테롤도 높이는 약제로 관심이 모인다. 

오비세트라핍은 LDL-콜레스테롤을 약 50%, ApoB를 약 30% 낮출 수 있으며, 다른 CETP 억제제와 유사하게 HDL-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된다. 또 주사제인 PCSK9 억제제와 비슷하게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서도 경구제라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약물이 의도된 대상이 아니라 다른 표적에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프타겟 효과(off-target effect)가 없다고 보고된다. 

오비세트라핍은 ROSE 및 ROSE2 임상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ROSE 임상2상은 고강도 스타틴과 함께 오비세트라핍 5mg 또는 10mg 복용 시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위약과 비교한 연구다. 등록 당시 대비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조사한 결과, 오비세트라핍 5mg군은 42%, 10mg군은 51% 감소했다. 이와 비교해 위약군은 7% 감소에 그쳤고, 치료군과 위약군 간 LDL-콜레스테롤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다.

이와 함께 HDL-콜레스테롤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135%, 10mg군 165% 증가했고 위약군은 5% 감소했다. 비HDL-콜레스테롤은 각 39%, 44%, 4% 줄었다. Lp(a), ApoB 등도 오비세트라핍 복용 시 유의하게 감소했다. 

ROSE2 임상2상에서는 에제티미브와 오비세트라핍 10mg을 병용하면 LDL-콜레스테롤이 62.8% 감소하고,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 도달률이 87.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 교수는 "오비세트라핍은 LDL-콜레스테롤뿐 아니라 ApoB를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를 통해 심혈관계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CKS9 억제제만큼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경구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혈관계 영향 조사하는 PREVAIL 임상3상 진행 중

"결과에 따라 CETP 억제제 다시 등장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

현재 오비세트라핍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PREVAIL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연구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이 있는 환자 약 9000명을 대상으로 오비세트라핍 치료 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조사한다. 2026년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오비세트라핍이 LDL-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는지 평가한 임상3상 탑라인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 대상의 BROOKLYN 연구, HeFH 또는 ASCVD 병력이 있는 환자 대상의 BROADWAY 연구는 오비세트라핍 복용 시 12주째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평가했다.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LDL-콜레스테롤은 BROOKLYN 연구에서 36.3%, BROAODWAY 연구에서 33% 낮아졌다. 이와 함께 BROADWAY 연구에서는 오비세트라핍 투약 시 MACE 위험이 2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TANDEM 임상3상은 HeFH 또는 ASCVD 병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오비세트라핍과 에제티미브 고정용량 복합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다. 지난해 공개된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12주째 LDL-콜레스테롤이 48.6% 감소했다. 구체적 연구 결과는 올해 열리는 주요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천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제들의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했던 만큼,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오비세트라핍도 PREVAIL 임상3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연구에 따라 CETP 억제제가 다시 등장할지 혹은 사라질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