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와 수가 단순 비교는 통계적 오류···저수가 기저효과 간과
지불제도 개편 전 근본적인 정책 개선 필요···추계위원 위촉 재고해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원인을 '과도한 수가 인상'으로 지목한 것을 두고 소비자물가와 수가 인상을 단순 비교하는 통계적 오류라고 반박했다.
이에 의협은 보건복지부에 김 교수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위원 위촉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의 2.1배, 수가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라며 "과도한 수가 인상이 건보 재정 악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8일 성명을 내고 "김 교수의 주장은 소비자물가와 수가 인상을 단순 비교하는 등 통계적 오류로 잘못된 인식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의료 수가는 의료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일반 물가보다 인상 압력이 큰 특성이 있어 소비자물가와 수가인상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 오류라는 것이다.
김 교수가 지난 10년간 진료비를 가격(P)과 진료량(Q)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보장성 확대 재정 투입분 등 진료량 영역을 가격에 포함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김진현 교수는 한국의 건강보험 수가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서 시작한 것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며 "수가인상률은 절대치가 아닌 상대치이므로, 낮은 기저 수치에서는 작은 인상도 높은 증가율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그동안 저수가의 기저효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물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의 난이도, 소요 시간,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원가 이하의 수가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수가 인상은 정상화 과정일 뿐 과도한 인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4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료인의 노동강도 대비 수가 수준은 OECD 최하위권이다.
또 김 교수가 제안한 '총액관리제'에는 "총 진료비가 사전에 정해지면 필수 의료서비스 축소, 저가 재료 사용, 의료 접근성 저하, 신기술·시설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며 "대만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의료 환경이 다르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이미 낮은 의료비로 높은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수가정상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건강보험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근본적인 정책개선이 선행되고 난 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왜곡된 근거로 의료정책 방향을 주장하는 인사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으로 위촉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보건복지부는 김 교수의 위원 위촉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