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16~17일 개최
대한당뇨병학회 '130/80mmHg' 권고…내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도 반영
대한신장학회 올해 진료지침 발표 예정…대한고혈압학회와 다를 것으로 예상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과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두고 유관 학회 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대한고혈압학회와 합의를 이뤄 올해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도 내년 발표할 진료지침에서 같은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에 대해서는 대한신장학회와 대한고혈압학회 간 온도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신장학회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 등을 담은 진료지침을 올해 발표할 예정이다.
16~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당뇨병, 만성 콩팥병에서의 고혈압 치료'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고혈압학회·당뇨병학회, 모든 당뇨병 환자 '130/80mmHg 미만' 합의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번 달 당뇨병 진료지침 제9판 공개하며, 모든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2023년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압조절 목표는 140/9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표적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압조절 목표는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기존 진료지침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에 따라 다른 혈압조절 목표를 제시했다면 올해는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계없이 한 가지 기준으로 정리했다. 이는 대한고혈압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가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혈압조절 목표를 강력하게 조절해야 할지 조사한 STEP, ESPRIT, BP ROAD 등 국외 대규모 연구들은 대부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고위험 당뇨병 환자를 모집했다. STEP은 110~129mmHg와 130~149mmHg를, ESPRIT와 BPROAD는 120mmHg 미만과 140mmHg 미만을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심혈관 예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연구 결과를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던 상황.
이에 2013~2021년 한국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을 따랐을 때 혈압조절 목표 130/80mmHg 미만을 권고해야 하는 고위험군을 조사한 결과, 98.7%로 확인됐다. 즉,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 속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는 2%가 되지 않았다.
아울러 2016년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은 강력한 혈압조절 시 뇌졸중 등 상대 위험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심혈관질환 저위험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강력한 혈압조절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주대병원 김혜진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이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는 대한고혈압학회 기준에 맞춰 제시했다. 이후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한고혈압학회와 논의해 모든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하게 됐다"며 "현재 대한고혈압학회도 진료지침 개정을 논의 중으로, 내년에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 KDIGO와 비슷한 입장 유지 예상
KDIGO, 만성 콩팥병 환자 혈압조절 목표 120mmHg 미만 권고
하지만 대한신장학회와 대한고혈압학회가 제시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는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만성 콩팥병 동반 고혈압 환자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이어 알부민뇨를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 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대한신장학회는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혈압조절 목표를 제안한다.
2012년 KDIGO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중등도~심한 단백뇨를 동반한 경우 130/80 mmHg 이하로, 그렇지 않으면 140/90mmHg 이하로 제시했다. 이후 SPRINT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2021년에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축기혈압 12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하도록 권고했고 2024년에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국내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2012년과 2021년 KDIGO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목표혈압에 따라 혈압강하치료 대상자를 분류했다.
그 결과, 두 가이드라인 모두에서 혈압강하 치료 대상자로 분류된 비율은 50.2%였고 15.9%는 2021년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운 혈압강하 치료 대상자로 판단됐다.
이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한 2017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과 2021년 KDIGO 가이드라인을 비교했을 때도 비슷했다.
이어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2021년 KDIGO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혈압강하 치료 대상자로 분류된 환자군은 정상혈압 환자군과 비교해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1.28배 유의하게 높았다.
하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 이상 혈압강하치료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은 환자군의 심혈관계 사건 위험은 높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2017년 미국 가이드라인과 2021 KDIGO 가이드라인을 비교한 결과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고은실 교수(신장내과)는 "국내 연구 결과, 2021년 KDIGO 가이드라인에 따른 새로운 혈압강하 치료 대상자는 전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KDIGO 가이드라인을 지지하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고혈압학회는 미국과 유럽 등 심장학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2023년 유럽고혈압학회(ESH)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를 130/80mmHg 미만으로, 2024년 유럽심장학회(ESC)는 수축기혈압을 120~129mmHg로 유지하도록 권장했다. 즉, KDIGO 가이드라인의 혈압조절 목표와 차이가 있다.
고은실 교수는 "올해 대한신장학회가, 내년에 대한고혈압학회가 개정된 진료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신장학회는 KDIGO와, 대한고혈압학회는 미국과 유럽 심장학계와 비슷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각에서는 혈압조절 목표 조율에 실패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에 관한 해석 문제인 것으로 보이며 향후 통일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연구가 발표됐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조절 목표를 조사한 잘 디자인된 연구는 없다"면서 "현재 발표된 진료지침을 잘 활용하되, 진료현장에서는 만성 콩팥병 환자 치료 시 다양한 특징을 고려해 개별화된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