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의약품 최소 25% 관세 부과 방침 재차 밝혀
국내 제약 기업도 대책 마련 분주…현지 생산 시설 확보 고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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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설마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더불어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재차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기업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율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25%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4월 2일에 발표할 것이며, 각국 기업이 미국 내 공장 이전을 결정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초반에는 낮은 세율을 부과하다가 점진적으로 관세율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게는 세제와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관세를 물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미국은 1994년 체결된 WTO 의약품 협정에 따라 의약품 및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관세 및 기타 관세 부과를 폐지했다. 이 협정에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마카오,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 등 대부분의 의약품 선진국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 기업들도 미국에 무관세로 의약품 수출을 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집권 1기부터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가 행정부 시작과 함께 밝힌 관세 강화 방침에도 의약품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관세 도입은 약가 인하 정책과 상충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제약 기업들에 대한 '희망 고문'은 계속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관세 부과 의지를 피력하면서,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국내 기업 중에는 셀트리온이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올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된 입장 및 대응 전략을 밝혔다. 

회사는 "2025년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회사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 분의 재고 이전을 이미 완료함에 따라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미국 내 판매분에 대해서는 그 영향을 최소화시킨 상황"이라며 "관세 리스크 발생 이전부터 현지 CMO 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DP)을 생산해 오고 있으며, 이들 제조소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의약품에 대해 관세 부과가 되는 경우 2025년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밝혔다.

셀트리온 측은 "당사는 이미 관세 부과 시 세부담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DS) 수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지 CMO 업체들과 제품 생산을 협의해 필요 시 현지 완제 의약품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작년부터 구체적 검토를 진행해 온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확보도 올해 상반기 중 투자 결정을 마무리해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호무역 리스크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함께 대미 수출 금액 규모가 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CDMO 기업과, 대웅제약 등 보툴리눔 톡신 기업, SK바이오팜 등 신약 수출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들 기업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향은 밝히지 않았다.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의약품은 약 39억 7800만 달러로 약 5조 74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전년도 수입액인 26억 2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13억 6200만 달러(1조 9600억원)나 증가한 규모다. 국내 의약품 전체 수출액인 96억 달러 중 미국 수출액은 16%로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국내를 비롯해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해외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의약품을 제조하는 미국 제약기업들도 관세 부과 방침에 반대 의견을 피력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 머크 등 주요 제약사 CEO들이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병원협회(AHA) 등도 정부에 의약품 관세 면제를 요구하고 있어 상황을 더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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