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선두 기업 성과에 국내 대기업 제약바이오 분야 속속 진출
HD현대, 아산병원 역량 바탕 AMC사이언스 설립…CJ, 롯데도 적극 투자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 및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 LG, SK 등 먼저 진출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롯데와 CJ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도 새로 출사표를 던졌다.
HD현대, 아산병원 역량 활용해 신약 개발 분야 진출
최근 HD현대그룹의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의학·약학 연구개발 자회사 AMC사이언스를 설립하고 신약 개발 투자를 예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자본금 270억원을 투자하고 에이엠시사이언스 지분 100%를 보유한다.
AMC사이언스는 서울아산병원의 영문명 Asan Medical Center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이 곳에서 아산병원의 임상연구 역량을 활용해 신약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HD현대의 공익법인인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 중인 병원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도 이달 9일 AMC사이언스 유상증자에 50억원을 출자했다.
HD현대는 이미 지난 2022년부터 헬스케어 등 4대 미래산업 분야와 화이트바이오 등 자회사의 신사업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에도 암크바이오를 설립, 신약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암크(AMC) 역시 아산병원 이름에서 따왔다.
CJ·롯데 등 업계 후발주자도 신약 개발·CDMO 적극 투자
업계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도 제약바이오 사업 본격 지원에 나섰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일 운영자금 등 약 400억원 조달을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주식은 모회사이자 대주주인 CJ제일제당이 받기로 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천랩을 인수해 기존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설립한 기업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CJRB-101의 임상1상 및 2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추진하고 있다. 또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염증성 질환 치료 후보물질(CJRB-201)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자본조달이 가능해져 임상 및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인공지능(AI)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사업에도 속도를 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출범 2년 여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회사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제임스박 전 지씨셀 대표를 내정했다.
박 신임 대표는 이전에 글로벌 제약사 머크, BMS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몸 담았던 인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글로벌영업센터장을 역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2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인천 송도에 1, 2, 3공장 준공을 계획해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2030년까지 약 4조 6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제조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공장이 내년말 완공돼 2027년부터 상업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나 아직 신규 수주 계약은 맺지 않은 상태다.
이에 롯데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무 시절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수주 계약을 성사시킨 박 신임 대표를 통해 신규 수주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내년 기상도 '대체로 맑음'
매출 4조원 눈앞에 둔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대기업들이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산업 전망이 여전히 밝기 때문이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산업 기상도에서도 바이오 산업 전망은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바이오산업은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유럽과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인해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남아프리카 중심으로 발발 중인 콜레라 등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산업에 일찌감치 진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자극 요인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창사 이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 총액이 154억 달러(한화 약 22조원)를 돌파했다.
회사는 지난해 3조 694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업계 최초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